이스라엘의 유엔 휴전안 거부-평화유지군 공격에 설전 멜로니 伊총리도 이스라엘 압박 가세 네타냐후는 국제사회 휴전요구 거부 美 “가자 개선 안되면 지원중단” 통첩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를 두고 마찰을 빚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 과정까지 거론하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이스라엘이 유엔의 결정으로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이스라엘 국가 수립은 독립전쟁에서 많은 영웅적 용사들의 피로 거둔 승리”라고 반박했다. 파리·예루살렘=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할한다’고 결의한 결과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건국에 기여한 유엔의 역할을 인정하고,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승리의 결과”라며 “독립전쟁에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참여했는데, 이들 다수는 (친나치 성향인) 프랑스 비시 정권의 피해자였다”는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 마크롱 vs 네타냐후 연일 설전
1947년 11월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의 약 56%를 유대인에게 준다는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이듬해 5월 14일 팔레스타인의 독립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은 이에 맞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독립전쟁’이라고 부른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워 이겼고 지중해 및 홍해 일부 지역으로 영토를 늘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독립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비시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며 프랑스 역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일방적인 휴전은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 美 “30일 지켜보겠다” 최후통첩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레바논에 주둔 중인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주장하며 18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태도가 정당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을 줄곧 지원하던 미국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30일 안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타냐후 정권 일각에선 하마스 궤멸을 위해 일부 주민의 아사(餓死)까지 예상되는 구호품 지급 일시 중단을 거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 이스라엘의 텐트촌 공습으로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아끄사 순교자 병원 부지가 공습받아 최소 5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을 입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