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무상 과실 책임 인정해 온 법원…“안전 대책 수립 의무” 쟁점 일각 책임 입증 어렵다는 관측도…세월호 참사 해경청장, 무죄 사례
업무상 과실치사(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4.9.2/뉴스1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경찰 조직을 지휘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경찰 측의 업무상 과실만 인정하고 있다. 참사 발생 당시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었지만 용산구청 등 지자체는 인파 밀집 통제 업무가 구체적으로 부여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금고 3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선고를 받은 이유다.
또한 이 전 서장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대목과 관련, 재판부가 이를 허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김 전 청장은 참사 당시 용산 경찰서가 교통 기동대만 요청하고 경비 기동대는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만약 기동대 요청 사실이 인정된다면 김 전 청장이 자신에게 부여된 지휘,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서울경찰청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받은 선례도 존재한다. 구은수 전 서울경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공판에 앞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4.9.2/뉴스1
판사 출신인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에서 업무는 직접적, 구체적 업무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한 업무를 말한다”며 “김 전 청장이 평소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핼러윈 참사를 막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상급 책임자라는 면에서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총책임자였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청장도 김광호 전 청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 5년이 구형,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청장을 비롯한 해경 간부들이 세월호의 급격한 침몰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