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17일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내 대통령 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장선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핵심 경합주를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며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리스 후보가 반등 모멘텀을 찾기 위해 적진에 뛰어든 셈이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나는 경력의 대부분을 워싱턴에서 쌓은 사람이 아니”라며 “나는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상대로 1973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줄곧 정치인으로 활동해온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건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브렛 바이어 앵커는 불법이민과 경제정책 등 해리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핵심 쟁점들을 중심으로 압박 인터뷰를 이어갔다.
인터뷰에 대한 평가는 진영마다 갈렸다. 해리스 캠프는 “적대적인 인터뷰에 맞서 강인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후보 측은 “해리스는 완전히 무너졌다”며 “화를 내고 방어적이었으며 일관성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격투단체 UFC 인기 해설가 조 로건의 팟캐스트 인터뷰 출연도 검토하고 있다. 인터뷰를 꺼리던 해리스 후보가 이처럼 전략을 바꾼 이유는 팽팽했던 초박빙 대선 판세가 최근 불리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퀴니피액대 조사에 따르면 남부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해리스 후보는 42%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후보(49%)에게 오차범위 밖인 7%포인트차로 밀렸다. 이에 따라 도전적인 인터뷰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뒤집고 트럼프 후보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해 새로운 반등 기회를 찾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실제로 해리스 후보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선 애덤 킨징어 전 일리노이주 하원의원과 제프 던컨 전 조지아주 부지사 등 공화당 출신 반(反) 트럼프 인사들과 함께 유세를 갖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후보는 같은 날 폭스뉴스가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며 IVF 찬성 입장을 내놓고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행사는 여성 청중만 참가한 가운데 흑인 여성 진행자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