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열병 행진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이 잇따라 나오면서 국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17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당국이 북한군 병력의 러시아 수송 정황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위성 등으로 북-러 국경에서 병력을 실은 열차가 러시아로 이동하는 상황을 확인했을 수 있다는 것. 군 소식통은 “작년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탄약과 미사일은 열차, 화물선으로 러시아에 수송된 정황이 다 포착됐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파병했다면) 예비·후방부대 병력이 동원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하루 최대 1000명이 넘는 러시아 측 사상자가 발생하는 전장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정예 병력을 ‘총알받이’로 보냈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군 안팎에선 전투 부대가 갔더라도 북한군은 실전 경험이 없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날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에서도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1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는 등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군 수천 명이 러시아에서 훈련 받고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 배치될 것’(미국 워싱턴 포스트)’, ‘러시아가 몽골 접경지에 3000명의 북한군 병사 부대를 신설하고 소총을 지급했다’(영국 BBC)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북한과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비준 절차에 착수한 것에 대해 “두 나라 사이의 커지는 안보 협력 관계에 대해 큰 우려(great concern)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17일 독일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의 병력 파견 등 새로운 상황에 따른 긴박감이 있느냐’란 질문에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긴박감이 있다”라면서 “동맹국에도 동일한 수준의 긴박감과 기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재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