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스마트폰에 특화된 ‘K웹툰’이 미국 주요 예술 강의실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나온 웹툰 포맷부터 스토리 텔링까지 강의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K웹툰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 되자 교육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뉴욕 3대 예술 대학교인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와 조지아주 주립대 어거스타대학교(Augusta University)이 K웹툰의 포맷인 ‘세로 스크롤 웹툰’ 강의를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로 스크롤 웹툰이란 아래로 내리면서 읽을 수 있는 형태의 만화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K웹툰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한국에서 처음 확산시킨 포맷이다.
미국 조지아주의 유명 예술학교인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SCAD)도 지난해 세로 스크롤 웹툰 수업을 정식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K웹툰 동아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들과 협력해 웹툰 제작 워크숍도 연례행사로 주최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웹툰 강의가 파고드는 것은 현지에서 웹툰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 같은 국내 기업들이 웹툰을 하나의 장르로 개척한 것이다. 김기현 인디애나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마블이나 DC 등 코믹스(만화)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웹툰 시장은 전무했던 곳”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플랫폼 활성화와 시장 조성에 기여하면서 등단을 원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그 수요를 바탕으로 교육 시스템도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네이버웹툰 영어 서비스가 생기기 전까지 미국에서는 만화책을 출판하거나 디즈니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하지 않는 이상 온라인에서 정식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K웹툰 플랫폼이 등단을 희망하는 현지 작가들 사이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실제로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영어 창작자 수는 2021년 10만9000명에서 2023년 15만5000명까지 성장했다. 작가가 원고료를 받고 정식으로 연재되는 현지 작품 수도 2021년 308편에서 2023년 458편까지 늘어났다.
주요 웹툰 지식재산권(IP)들이 연달아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하며 웹툰의 산업적 가능성이 주목받은 것도 교육 열풍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웹툰이 단순한 집객 효과를 노리고 만들어진 콘텐츠에 불과했다면 OTT 경쟁 흐름 속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글로벌 플랫폼들 사이에서 K웹툰이 IP 라이센싱의 중요한 원천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 영화화될 예정인 네이버웹툰의 인기 지식재산권(IP) ‘여신강림’.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여신강림 제작위원회 제공
네이버웹툰은 최근 일본 소니픽처스와 손잡고 자사 인기 IP인 ‘여신강림’을 영화화하기로 했다. 웹툰 여신강림은 북미와 일본에서의 인기로 글로벌 누적 조회수 64억뷰를 기록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은 드라마, 영화와 같은 실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영상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은 8월 ‘토에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미르’와 네이버웹툰 원작 ‘고수’의 시리즈 애니메이션 제작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일본의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드래곤볼’, ‘원피스’, ‘슬램덩크’ 등 글로벌 히트작을 배출한 기업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태원 클라쓰’ IP를 활용한 일본판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는 2022년 일본 지상파 TV아사히에서 방영돼 일본 시청률 평균 9.3%, 최종화 10.7%를 기록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