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協 “안보 위협” 감사 청원 작년 마이크론 칩 구매금지와 유사 규제땐 국내 업계 공급 막혀 타격 中 D램-CPU 반도체 굴기도 우려
미국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보안 위험을 이유로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했던 중국 당국이 이번에는 인텔에 대한 보안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 인텔, 중국서 ‘제2의 마이크론’ 희생양 되나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보안협회(CSAC)는 이날 중국 정보기술(IT) 규제 당국인 사이버공간관리국(CAC)에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보안 감사에 나설 것을 청원했다. 2016년 CAC 감독하에 설립된 CSAC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등 중국 주요 IT 기업들이 소속된 단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은 글로벌 시장 전반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15일(현지 시간)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했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도 실적 보고서에서 대중 장비 수출 규제를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며 반도체 시장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ASML은 전체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 3분기 기준 47%에서 내년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업계에도 불확실성 커져
향후 중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인텔에 대한 조치가 실제 ‘제2의 마이크론’ 사태로 이어지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불확실성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인텔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CPU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메모리 칩도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미국산 퇴출 움직임과 동시에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자국산 반도체 굴기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마이크론 제재 당시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0.1%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생산 능력을 무섭게 확장하며 올해 1분기(1∼3월) 기준 전 세계 D램 생산 능력의 10.1%를 점유하고 있다.
마이크론 메모리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미국산 CPU 배제가 궁극적으로 자국 기업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중국 국영 통신사 차이나텔레콤은 지난해 신규 서버의 CPU 중 절반가량을 화웨이 제품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20% 채택했던 수준에서 대폭 늘어난 비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IT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PC를 넘어 서버용으로도 자국산 CPU를 도입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중국이 CPU와 메모리를 모두 자급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