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곳 중 47곳은 주가 뒷걸음
정부 드라이브에도 효과 못 내
편입 못한 금융지주 주가는 올라
국내 증시가 좀처럼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했던 코리아밸류업지수도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밸류업지수 편입으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과 달리 편입 종목의 절반가량은 주가가 하락했다. 대외적 신뢰도 상승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편입 종목의 70%가 거래량마저 오히려 줄어드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 71% 거래량 줄어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지수는 16일 종가 기준 1,013.03에 마감했다. 지난달 30일 지수 발표 시점(1,020.73) 대비 7.70(0.01%) 감소했다. 국내 상장사 중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지표가 높은 곳을 선발했지만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49%, 1.12% 빠졌다.
세부 종목을 살펴보면 밸류업지수 발표 이후 주가가 쪼그라든 편입 종목도 47곳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및 이차전지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2만1500원으로 지수 발표일(2만6500원) 대비 5000원(18.9%) 빠졌다. LG이노텍(―11.7%)이나 BGF리테일(―10.7%) 등도 10% 넘게 하락했다. 밸류업 종목 중 상승 종목은 51곳, 가격 변동이 없었던 종목은 2곳이었다.
주가뿐만 아니라 거래도 신통치 않아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 100곳 가운데 71곳이 지수 발표 이후 오히려 거래량이 줄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지수 발표일(9월 24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이 97만9664주였지만 발표 이후인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27만4495주로 71.98% 줄었다. SOOP(―70.12%), 심텍(―65.13%), 두산테스나(―64.62%) 등도 거래량이 대거 감소했다.
고려아연(651.22%)의 거래량은 크게 급등했으나 이는 밸류업지수 편입 효과보다는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컸다.
● 지수 발표 후 시장 반응 ‘냉랭’…실망 매물 대거 나와밸류업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이 부진한 가운데 정작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KB금융이나 하나금융지주 등의 주가가 10% 이상 상승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와 거래량 상승이 이뤄졌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실망 매물이 대거 나왔다고 분석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증시 흐름이 부진하면서 밸류업지수도 힘을 받지 못했다”며 “밸류업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상승했었지만 발표 이후 특별한 시장 반응이 없다 보니 단기 부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미편입 종목의 상승세에 대해선 “밸류업지수 재편입을 위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 선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도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투자업계에서 일부 종목의 지수 편입을 놓고 혹평을 내놓자 거래소에는 “연내에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사의 밸류업 활동이 충분치 않다 보니, 지수 편입 시 밸류업보다는 대표성 등 다른 기준이 더 많이 반영됐다”며 “내년 6월까지 상장사들의 밸류업 활동에 따라 평가하고 지수를 조정한다면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