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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으로 일상 달라지지 않길…계속 독자들 만나고 싶다”

입력 | 2024-10-17 19:00:00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서 첫 소감…노벨상 발표 후 첫 행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공동취재단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소설가 한강(54)이 17일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한강은 지구촌이 전쟁의 비극으로 시름하는 현실을 고려해 노벨상 수상 관련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고사해 왔는데, 해당 시상식은 지난달 잡힌 행사인 만큼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강은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에 앞서 노벨상 수상소감을 간략히 전했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는 사실 현실감이 들진 않았다”며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야 현실감이 들었다.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면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 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공동취재단

한강은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라며 “이상한 일은, 지난 30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 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30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약 한 달 뒤 만 54세가 된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며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포니정 혁신상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을 기리는 상으로,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수여한다. 제1회 혁신상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수상했으며,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조성진 피아니스트, 김하종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황동혁 영화감독 등이 수상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