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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휴학 승인권, 누가 갖나… 총장? 학장? 국감서도 논란

입력 | 2024-10-17 22:09:00


텅 빈 의과대학 강의실. 뉴스1

교육부가 이달 8일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에 ‘휴학 승인권을 총장이 갖도록 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대구 경북대에선 강원대·강원대병원 등 6개 기관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선 최근 휴학 승인 권한을 ‘학장’에서 ‘총장’으로 변경한 강원대의 정재연 총장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총장에 “최근 휴학 승인 권한을 총장으로 변경하겠다는 공문을 내린 게 맞느냐”고 질의했다. 강원대는 최근 “의대의 부담을 경감하고 총장의 책임 하에 사안을 처리하고자 한다”며 내부 공문을 통해 ‘학장 승인’으로 끝나는 기존 의대 휴학 승인 절차에 ‘총장 승인’ 단계를 추가한 바 있다.

이에 정 총장은 “총장은 휴학 권한을 직접 갖고 있지 않다. 학사 운영이 엄중한 상황이다 보니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을 내린 후 대학 전반의 상황이나 구성원 의견, 교육부 정책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후적이나 보충적으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총장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 말씀대로라면 공문이 필요 없었다. 이는 학장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원대와 경북대의 의대 학생·교수·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연합으로 경북대 의대 앞에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요청하는 침묵시위를 했다. 시위에 참석한 이선우 강원대 의대 학생회장(23)은 “총장과 면담했을 때 글로컬 사업 및 의대 지원, 교수님 연구비 등을 언급하며 휴학 승인 시 해당 예산이 사라지기에 학교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정 총장이 학장의 휴학 승인 권한을 빼앗으며 교육부의 무리한 요구에 순응했다”고 지적했다.

강원대 의대의 경우 재학생 283명 중 279명이 휴학을 신청해 23명만이 승인됐다. 나머지는 ‘학과장 면담-학과장 승인-학장 면담-학장 승인’으로 이뤄진 네 단계 휴학 절차 중 학장 면담까지 완료한 상태다.

의대생들은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휴학을) 총장이 승인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현재 휴학 승인권자가 학장으로 돼 있는 학칙 개정이 필수지만 이를 위한 교무회의, 평의회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며 “총장이 내부결재로 학칙을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금이라도 독단적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원상 복구하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강원대는 “의대 학장의 휴학 승인으로 인한 책임은 학교의 장인 총장에게 있으며 총장은 법령에 따라 단과대를 감독, 지도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며 “이번 휴학신청은 불법 또는 규정위반의 가능성이 있다. 단과대학장의 휴학 승인 권한은 불법 또는 규정위반인 경우에까지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총장 승인’의 의미는 사전 협의를 촉구하는 동시에 협의 없는 휴학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려는데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8일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에 “앞으로 총장이 휴학 승인을 직접 관리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는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장이 휴학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법적 휴학 승인권은 총장에게 있다는 취지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