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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황금기 6년 남아… 책 3권 쓰는데 몰두”

입력 | 2024-10-18 03:00:00

노벨상 일주일만에 첫 공개행사
포니정 시상식 참석해 소감 밝혀
“난 술도 못마시고 카페인도 끊어
걷는 것, 못읽은 책들이 사는 재미”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소설가 한강.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후 그가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한강(54)은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일주일 만인 17일 첫 공개 행사에 참석해 이런 바람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의 수상자로 단상에 서서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또한 한강은 “약 한 달 뒤 저는 만 54세가 된다”면서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황금기’인 60세까지 6년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노벨상에 연연하지 않고 집필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강은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농담을 던졌고,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집필)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한강은 노벨상 발표 날도 회상했다. “노벨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았다”면서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한강은 “저는 술을 못 마신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다”며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도 했다. 대신 걷는 것, 아직 못 읽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그리고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를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강은 신작 얘기를 직접 꺼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 보고 있다”면서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은 별도로 초대받은 인원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한강이 노벨상 수상 결정 뒤 가진 첫 공개 행보였던 만큼 그를 만나려는 취재진과 시민들로 행사장 주변이 일찌감치 북적였다. 한강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시상식장을 출입하며 취재진 등과 거리를 뒀고, 수상 소감 등은 재단을 통해 공개됐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