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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엄마서 ‘패션 셀러’로… 화장품 초보男서 사장님으로

입력 | 2024-10-18 03:00:00

[2024 리스타트 잡페어]
라이브방송-K뷰티 타고 ‘제2인생’
‘그립’서 여성 속옷판매 이혜림씨 “방송하며 소통… 내겐 힐링타임”
뷰티사 ‘리와인드랩’ 창업 황윤재씨 “제품 입소문, 내년 100억 매출 기대”
코스맥스 ‘화장품 연구원’ 김보라씨 “학생때부터 관심, 난 성공한 덕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여성 언더웨어를 판매하는 이혜림 씨는 “‘라방’은 육아나 집안일을 하는 도중에도 짬짬이 방송을 틀어 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 다른 엄마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부터 화장품 연구원을 희망한 김보라 씨는 코스맥스에 입사해 쿠션파운데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진로 탐색 과정에서 K뷰티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신승재 씨는 아모레퍼시픽에서 ‘라네즈’의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각 사 제공

“처음엔 ‘아이들 간식 값이라도 벌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방송하는 시간이 제게 없어선 안 될 ‘힐링 타임’이 됐죠.”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여성 언더웨어를 판매하는 이혜림 씨(36)는 4년 전까지 두 아이를 키우던 전업주부였다. 2020년 팬데믹 시기 비대면 쇼핑을 하다 처음 라이브방송(라방)을 접했다. 친근한 얼굴로 야무지게 물건을 소개하는 판매자(셀러)들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뭔가 움트는 것을 느꼈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씨는 그해 9월 아가베티샵을 창업하면서 라방에 뛰어들었다.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6년간 유아교육 분야에서 일했다. 하지만 2016년 첫아이를 낳은 후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했다. 창업을 결심했을 땐 불안이 앞섰지만 라방을 시작하면서 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 씨는 “육아를 하느라 사람들도 잘 못 만나고 외톨이처럼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방송으로 사람들과 소통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사업도 점차 성장해 직원도 네 명으로 늘었다.

이 씨와 같은 경력보유여성들을 포함해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큰 자본 없이 도전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뷰티 산업에선 특히 그런 기회가 많다.

황윤재 씨(46)는 2022년 3월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리와인드랩을 창업했다. 지난해 3월에는 화장품 브랜드 ‘릴릴’을 선보였다.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한국콜마로부터 받은 선크림 샘플을 충분히 제품화할 수 있겠다 싶었단다. 황 씨는 “화장품이라면 스킨·로션밖에 몰랐던 내가 보기에도 제품 품질이 좋았다”며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이 있다면 100% 환불해드리겠다’고 소개할 만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사업을 위해 뷰티아카데미를 다니며 피부미용을 공부했다.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도 땄다. 제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3억 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20억 원대로 예상된다.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내년엔 100억 원 돌파도 기대하고 있다. 직원은 10명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ODM 업체들의 존재는 이른바 화장품 인디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ODM 업체들과 인디 브랜드들은 서로 성장을 돕고 그만큼 채용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올해 6월 코스맥스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김보라 씨(28)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 다닐 때 천연물 관련 특허를 3개나 출원했다고 한다. 김 씨는 현재 쿠션파운데이션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씨는 “학생 때부터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이 많아 화장품 연구원을 꿈꿔왔다”며 “난 ‘성공한 코스메틱 덕후(코덕)’”라고 했다.

‘레드 쿠션’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화장품 회사 티르티르는 가장 유망한 인디 브랜드 중 하나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던 전하윤 씨(25)는 올해 5월 티르티르에 입사했다. 동남아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마케팅하는 게 그의 업무다. 전 씨는 “K뷰티가 북미나 동남아시아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했다”며 “평소 관심 있었던 뷰티와 이커머스 마케팅을 함께 배울 수 있어 직무에 만족한다”고 했다.

신승재 씨(28)는 아모레퍼시픽에서 ‘라네즈’ 브랜드의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는 입사 3년 차 사원이다. 미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국내외 방송국, 광고사, 잡지사 등 5곳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오랫동안 진로 탐색기를 거쳤다. 그는 “마케팅, 순수미술, 디자인, 패션 등 관심사가 너무 다양해 진로를 정하기 어려웠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회사 마케터로 입사하고 나니 디자인 감각과 창의성이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더라”고 했다.

24, 25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4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청년, 여성, 신중년 등 다양한 이들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 올해는 새로운 일자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K뷰티관’을 신설해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그립은 셀러를 꿈꾸는 대학생과 소상공인, 개인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라이브커머스 진출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한다.

한국콜마는 연구·영업 직군 등에 대한 직무 안내와 함께 화장품 사업 예비 창업자 맞춤 상담을 진행한다. 코스맥스는 정보기술(IT), 국·영문 법률 검토, 인사 운영, ESG 운영, 프로덕트 디자이너, 환경관리 등 10월 경력 채용 직무를 안내한다. 티르티르는 영업·마케팅·MD·디자인 직군의 글로벌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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