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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킨 이재명, 재보선 다음날 배추농가 찾아 ‘먹사니즘 행보’

입력 | 2024-10-18 03:00:00

[재보선 이후]
선거 끝나자마자 민생 챙기기 돌입… 소상공인 간담회 등 현장 행보 예고
금투세 등 묵은 현안도 속도낼듯
금정 큰차이로 고배, 외연확장 과제




10·16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호남 사수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거 다음 날인 17일부터 민생 행보에 나섰다. 내년엔 주요 선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일찌감치 대권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당초 접전이 기대됐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하면서 확장성에서 한계를 확인한 만큼 외연 확장은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재·보선 다음 날부터 ‘대권 행보’ 본격화

“배추 가격 폭등, 구조적 대책 강구해볼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배추 농가를 찾아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작물 수입허가권(쿼터제)을 해당 작물 재배조합에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창=뉴시스

이 대표는 17일 강원 평창군 고랭지 배추 농가를 방문해 지역 농민들과 최근 배추 가격 폭등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농작물 가격 폭등으로 도시 소비자들도, 생산 유통 종사자들도 모두가 괴로운 상황”이라며 “구조적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당분간 바닥 민심을 훑는 현장 일정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한동안 재·보선 지원으로 하기 어려웠던 민생 행보를 다음 주부터 늘려 나갈 것”이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때부터 사실상의 대선 슬로건으로 강조하고 있는 ‘먹사니즘’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장과 접촉면을 늘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이끄는 집권플랜본부도 조만간 활동을 본격화해 사실상의 ‘조기 대선 캠프’로 이 대표와 합을 맞출 전망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내 ‘결속력 강화’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5선 중진인 정동영 의원은 “민주당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지역 유권자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선거 결과가 잘못됐다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올 텐데 민주당이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데 힘을 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서의 승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지지자들에게 효능감을 준 결과”라며 “이 대표의 대권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번 선거에서 여당 강세 지역을 탈환하지 못한 만큼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초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며 기대를 모았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22.07%포인트 격차로 패하며 이 대표의 외연 확장성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 이 대표도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격차가 예상보다 크게 벌어진 것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당초 지더라도 최소 5%포인트, 최대 9%포인트 이내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 판단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벌어지자 총선 때에 이어 보수세가 강화한 부산 민심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의 거듭된 실정에도 ‘정권 심판론’만으론 어렵다는 게 드러난 만큼 외연 확장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금투세 등 묵은 과제 정리 속도 낼 듯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의 대권 준비가 본격화된 만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쟁도 마무리지을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노선을 명확화하지 않으며 일부 투자자로부터 ‘재명세’ 등 비판적 여론이 이어져 온 만큼 이제는 털어낼 때가 됐다는 것.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감 종료 시점을 전후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유예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인천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 국면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한 대표의 협조를 챙기는 한편 윤 대통령 측과의 균열을 노리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