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野, 김건희 특검법에 ‘대통령 수사방해 의혹’ 추가… 尹도 겨눠

입력 | 2024-10-18 03:00:00

명태균 의혹도 포함해 3번째 발의
수사대상 8개→14개로 대폭 늘려
“도이치서 국정농단으로 확대 형국”
민주, 내달 중순 본회의 처리 방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시작된 ‘김건희 특검’이 ‘국정농단 특검’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17일, 법안 성안을 주도한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특검법은 ‘명태균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포함해 국가기밀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총망라했다. 수사 대상은 기존 8개에서 14개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수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추가돼 김건희 특검법에선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적시됐다.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우회할 수 있는 ‘김건희 상설특검’과 함께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핵심은 명태균 의혹”

수사 대상이 기존 8개에서 14개로 늘어난 세 번째 특검법 내용을 보면, 추가된 6개 수사 대상은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를 통한 20대 대선·경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의혹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개입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개입 의혹 등이다.

‘국가 기밀 유출 및 민간인에게 국가 업무 수행 지시 등 국정농단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추가됐는데, 지난해 3월 15일 윤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명 씨가 발표 전날 알고 “경남 창원이 국가산단 선정 지역으로 선정됐다”는 홍보물을 미리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창원은 공천 개입 의혹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인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김용민 수석부대표는 “김 여사의 해외 순방에 민간인이 동행했던 일이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용산 십상시’ 발언 등 민간인들의 국정 개입 의혹들이 거듭 나오고 있어 이를 폭넓게 수사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지연·해태·봐주기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추가됐다. 김 수석부대표는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해 전날 발의안 최종 작업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을 특검법 수사 대상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건 이례적”이라며 “검찰 정권이 김 여사 수사를 막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넣어야 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조사·수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범위에 더해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김 여사 수사팀을 인사 이동시키는 등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혹에 대해 보자는 것”이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존 ‘김 여사의 인사 개입 의혹’이었던 수사 항목이 ‘김 여사와 그 일가’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으로 확대됐다. 선거 개입 의혹의 범위도 기존 22대 총선에서 2022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로 늘어났다.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갖도록 해 야당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하게 하는 내용은 기존 법안과 동일하다.

● 민주, 11월 중순 강행 처리 방침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다음 달 중순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다음 달 15일과 25일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2월엔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까지 다음 달 내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고리로 ‘여권 갈라치기’ 공세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선전했기 때문에 여당 내에서 특검 수용을 설득할 여지도 커졌다”며 “당장 다음 주 ‘윤-한’ 회동을 앞둔 한 대표에게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 수용을 요구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