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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트리드’ 앞에선 간판 인증샷을 찍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트리드’ 앞에선 간판 인증샷을 찍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해서 주목을 받는 ‘트리플스타’ 강승원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출연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이처럼 연일 북새통이다. 특히 기존에 알려진 백수저 셰프들의 식당보단 흑수저 식당 위주로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나폴리맛피아)의 ‘비아톨레도 파스타바’와 임태훈 셰프(철가방 요리사)의 ‘도량’, 김미령 셰프(이모카세 1호)의 ‘즐거운술상’ ‘안동집’ 등이다.
식당 예약앱 ‘캐치테이블’이 지난 7일 발표한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 트렌드.
식당 예약 어려워지자… “오늘은 내가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우승한 권성준 셰프.
흑백요리사의 낙수효과는 식품‧유통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식당을 예약하기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이 마트와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불을 지핀 건 편의점 재료를 활용해 최고의 요리를 선보여야하는 패자부활전에서 권성준 셰프가 ‘밤 티라미수’를 선보이면서 부터다. 편의점 CU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연세우유 마롱 생크림빵’과 ‘HEYROO 맛밤 득템’ 등으로 만든 디저트가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텔에서 몇 만원하는 디저트 같다” 등 호평을 받았기 때문. 가정에서 따라할 수 없었던 기존 경연 요리들과 달리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완성된 디저트를 본 소비자들은 재료를 구입해 직접 ‘밤 티라미수’ 만들기 도전에 나섰다.
CU에 따르면, 해당 방송이 공개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 맛밤 득템(42.7%), 연세우유 크림빵(31.1%) 등 관련 상품 매출이 직전 주 동일 기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에 힘입어 단종됐던 마롱 생크림빵도 재출시됐다.
심은 윤남노 셰프가 편의점 미션에서 ‘너구리’ 라면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을 계기로 패러디 게시물은 SNS 올렸다. 오뚜기도 김미령 셰프가 김을 구울 때 오뚜기 참기름·들기름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이모카세 1호 PICK(픽)’이라며 홍보했다.
식품기업들도 나서서 재료로 활용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농심은 윤남노 셰프(요리하는 돌아이)가 편의점 미션에서 ‘너구리’ 라면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을 계기로 패러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오뚜기는 김미령 셰프가 김을 구울 때 오뚜기 참기름·들기름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이모카세 1호 PICK(픽)’이라며 홍보했다. 고추참치‧꽁치 등 통조림을 활용한 음식이 나오면서 통조림류 매출이 30~40% 늘어난 동원F&B도 자체 플랫폼인 더반찬 라이브에 이미영 셰프(급식대가)를 섭외하면서 노를 젓고 있다.
‘요알못’도 괜찮아… 흑백요리사 밀키트 속속
CU는 권성준 셰프 협업해 ‘밤 티라미수 컵’ 제품을 출시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여기에서도 편의점 CU가 선두주자로 나섰다. 분위기에 불을 지핀 그 디저트, ‘밤 티라미수’를 발 빠르게 정식 출시한 것이다. CU는 권성준 셰프 협업해 ‘밤 티라미수 컵’ 제품을 이달 8일부터 자사앱 포켓CU에서 사전 예약 판매했다. 예약 판매 첫날에는 준비한 예약 판매 수량 2만 개가 20분 만에 완판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포켓CU를 오픈하고 최초이며, 최소 시간 최다 판매량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매일 오전 11시 예약 판매를 이어오고 있으나, 연일 매진 행렬이다.
특히 CU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한 만큼 초기 상품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을 수렴해 레시피를 수정하면서 고객만족도도 잡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15일 수령분부터 1차 수정된 레시피가 적용됐다. 기존에 ‘너무 달다’ ‘크림 맛이 강해 다소 느끼하다’ 등 피드백을 받아 보완했다는 것. 다만 실제 17일 받아 본 제품은 여전히 단맛과 크림 맛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GS25는 조광효 셰프와 손잡고 17일 오전 자사앱 우리동네GS에서 ‘흑백요리사 해물누룽지탕’과 ‘해물요리사 만찢남 라즈지’ 2종을 예약 판매했는데, 출시 20여분 만에 완판됐다.
GS25도 흑백요리사 출연진과 협업한 ‘편수저 시리즈’를 출시했다. 조광효 셰프(만찢남)와 손잡고 17일 오전 자사앱 우리동네GS에서 ‘흑백요리사 해물누룽지탕’과 ‘해물요리사 만찢남 라즈지’ 2종을 예약 판매했는데, 출시 20여분 만에 완판됐다. GS25는 이후 김미령 셰프, 임태훈 셰프, 장호준 셰프 등과도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GS리테일의 슈퍼마켓 GS더프레시도 윤남노 셰프와 협업해 호주청정우를 활용한 ‘미소 양념구이 2종(안창살·토시살)’을 오는 23일 출시할 예정이다.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최현석 셰프와 협업해 ‘쵸이닷:직원食당’ 브랜드를 론칭했다. 프레시지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최 셰프를 명예 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밀키트 출시도 활발하다.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14일 최현석 셰프와 협업해 ‘쵸이닷:직원食당’ 브랜드를 론칭했다. 최 셰프가 식당 직원들과 함께 먹는 직원식을 밀키트로 구현한 상품군이다. 프레시지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지난 10일 최 셰프를 명예 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방영 이전부터 일부 출연 셰프들과 협업 메뉴를 선보였던 컬리는 ‘화제의 예능, 셰프의 레시피’ 기획전을 진행했다. 최현석 셰프가 운영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쵸이닷’의 새우 봉골레 파스타와 오세득 셰프의 가지 라자냐, 정지선 셰프의 유산슬 덮밥, 박준우 셰프의 초코타르트 등을 판매했다.
흑백요리사 방영 이전부터 일부 출연 셰프들과 협업 메뉴를 선보였던 컬리는 ‘화제의 예능, 셰프의 레시피’ 기획전을 진행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시작한 기획전 이후 10월 일평균 매출은 9월 대비 2.5배 증가했다. 또한 흑백요리사 방영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와 직전 동일기간(지난달 1~16일)의 판매량을 비교하면 최현석 셰프와 협업한 △트러플 크림 뇨끼 △가리비 바질 페스토 파스타 △가니쉬 스케이크 등 총 17종의 상품 판매량은 약 33% 증가했다.
김도윤 셰프가 운영하는 ‘윤서울’의 △모듬나물면 △매콤 고사리 비빔면 △생들기름면 등 3개 상품 판매량 역시 약 72%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