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노조는 ‘대한민국 체육의 봄은 올 것인가’라고 제목을 붙인 성명서를 18일 발표하면서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작은 이 모든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한 이 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질서 있게 퇴진하는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한민국 선수단이 파리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음에도 참담하고 어두운 리더의 그림자 밑에서 별다른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없었다”는 말로 성명서를 시작했다.
이어 “이 회장이 지난 8년 임기 동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러한 공적은 이 회장 혼자 힘으로 이뤄냈다기보다 여러 체육인 협력과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리더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갈수록 민주적인 소통 구조는 사라져갔고 정확한 선임 절차와 역할을 알기 어려운 특별보좌역을 비롯해 각종 비선의 입김이 점차 세게 작용했다.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한국 체육 발전과 공공기관의 책무를 이행한다는 기관 본연의 목적은 흐려졌고 제대로 된 영문을 찾기 어려운 지시사항들만 쌓여갔다”고 성명서를 이어갔다.
노조는 “우리는 계속해서 소통과 대화의 장을 열고자 노력했지만 8일 개최한 회장-조합원 간 타운홀 미팅에서 회장의 답변은 마지막까지 남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뜨리는 내용 일색이었다. 조직의 위기 상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정부 부처와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고는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한국 체육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국가 스포츠위원회 설립’만을 지상목표로 내세우는 그의 답변에는 정작 그 이후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이 보이질 않아 공허함만이 맴돌았다”고 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