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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가르치는 英 옥스퍼드대 영문과 교수

입력 | 2024-10-18 15:08:00


영국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안키 무커지 교수.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강의 작품을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말 놀랍거든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현대 영문학, 세계문학, 비평이론 등을 가르치는 안키 무커지 영문학과 교수(사진)는 15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은 전 세계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 찬사를 받을 만하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했다.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소개하고 가르쳐왔던 그는 10일(현지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으로 발표되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X(옛 트위터)에 수상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도 그녀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강의해온 점에 주목해 인터뷰했다. 그는 NYT에 “한강의 글은 신체의 정치, 성별의 정치, 국가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정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년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그 무렵 영국 출신의 번역가인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를 우연히 접하고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이후 영문학과 석사 과정 중 ‘인도주의적 소설’ 과목에서 ‘채식주의자’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처음 소개하고 강의하기 시작했다. 인권 및 인도주의와 소설의 관계 등을 주로 탐구하는 과목이었다. 아시아 문학 자체도 낯선 학생들에게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욱 낯설었을 터. 하지만 한 학기 강의가 끝날 때면 학생들은 ‘채식주의자’를 가장 흥미로운 텍스트로 꼽았다고 한다.


채식주의자 표지.


“채식주의자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피하면서 성적, 정치적, 예술적 각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는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소설은 어떠한 대상을 신성시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재미있으며 초현실적면도 갖추고 있거든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학생들이 먼저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도 강의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무커지 교수는 “한강의 소설은 국가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단순히 회상시키는 방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인간성, 욕망, 기억을 신중하게 재구성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집단적 고통과 생존 형태에 집착하는 점도 흥미롭다”고 평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을 더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돼 전세계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