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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힘들게 글 쓰나”고 한강 작가에 물었더니…

입력 | 2024-10-18 14:26:00

2017년 ‘전남대 올해의 책’ 소설 ‘흰’ 선정 토크콘서트 재조명
글쓰기는 진통제 “쓰지 않으면 더 힘들어…빛 향한 몸부림”



한강 작가가 2017년 6월 전남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당시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이 전남대가 선정한 ‘올해의 한 책’으로 선정돼 이뤄졌다.(전남대 제공)2024.10.18./뉴스1


국내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7년 전 전남대에서 밝힌 ‘고통스럽게 글을 쓰는 이유’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한 작가는 2017년 6월 23일 전남대 용지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갖고 독자 500여 명을 만났다. 광주와 전남 시도민 2만 4000여 명이 직접 투표로 전남대 ‘올해의 책’으로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선정하면서다.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 ‘흰’은 태어난 지 두 시간만에 죽은 칠삭둥이 언니에 대한 작가의 추모의 글이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흰’ 출간 기념 및 맨부커상 수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준비한 소설집 ‘흰’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집이자 시집으로 모두 65편의 시가 담겼다. 2016.5.24/뉴스1

한강 작가는 만약 살아있었다면 언니가 됐을 아이에 대한 부채감을 담아, 그 어떤 것에도 더럽혀지지 않을 ‘흰 것’을 상복 삼아 추모했다.

토크 콘서트에서 한강 작가는 질문을 받았다. “왜 그렇게 힘들게 글을 쓰느냐”는, 고통에 대한 공감력이 극도로 높고 이를 밀도 있게 표현하는 한강 특유의 문체에 대한 질문이다.

한 작가는 “그렇게 쓰지 않으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쓴다”며,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을 잊을 수 없는 자신에게 글을 쓰는 행위가 고통을 잊는 진통제임을 강조했다.

한 작가는 “글을 쓴다는 건 빛을 향해 어떻게 해서는 다가가려고 애쓰는 몸부림”이라며 “내 소설을 어둡고, 힘든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말아달라. 부족한 사람이 싸우려고 애쓰는 모습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공감을 당부했다.

특히 자신의 삶이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의 연속임을 호소했다.

한 작가는 “남극에서는 냉장고 안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나”라며 “힘들더라도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쓰지 않고 느끼는 고통보다 더 힘들다. 그것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 작가는 5·18과 4·3 등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사회적 담론보다는 인간의 잔혹함으로 인해 개인이 받는 고통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한 작가는 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 역시 2009년 용산 참사로 망루가 불타는 것을 보다 5·18을 떠올리고 집필을 하게 됐다고 밝힌다.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에도 “세계에서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거절하는 등 ‘고통받는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부채감을 피력한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