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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역주행 사고’ 유가족 “아이들, 아빠 언제 오냐며 매일 울어”

입력 | 2024-10-18 14:34:00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 올려 “음주운전 처벌 강화해달라”



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월 2터널 사고 현장.(뉴스1 DB)


지난 추석 연휴에 강원 영월군 한 터널에서 만취한 상태로 역주행을 한 운전자 탓에 사망한 30대 가장의 유족이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했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음주 운전 처벌 강화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한 A 씨는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음주 운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피해자에 대해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멋진 삶을 살았다”며 “사고 이틀 전날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서울로 이사하며 아내, 두 아이와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고 했다.

이어 “한 남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가정은 너무 쉽게 무너져 내렸다. 대한민국에서는 흔한 ‘음주 운전’으로 말이다”며 “해병대 부사관 가해자는 과거 음주 운전 등으로 군 재판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고 기사를 통해 접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 과거 음주 운전 전력까지 있던 그에게 왜 다시 운전대를 잡게 했나. 왜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나”라며 “고(故) 윤창호 씨의 슬픔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 누구보다 착실했던 가장의 인생이 이렇게도 쉽게 무너져 내려도 괜찮은 건가”라고 음주 운전 처벌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A 씨는 “친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불면증에 괴롭다. 술을 드시면 안 되는 아버지께서는 끊으셨던 술을 다시 입에 대시며 아픔을 달래신다”며 “올케는 얼굴과 발에 멍이 가득한 채로 동생의 장례를 치렀고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 오냐며 매일 울며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 청원하는 것뿐”이라며 “동생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음주 운전 처벌법을 더욱더 강화해달라”고 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새벽 영월군 영월읍 국도38호선 영월 2터널에서 가해자 B 씨가 운전하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마주 오던 카니발 승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B 씨와 30대 가장 C 씨가 숨졌고 승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와 터널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B 씨는 만취한 상태로 잘못된 진입로로 들어와 사고 지점인 터널까지 약 4㎞ 구간을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B 씨의 혈액 분석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인 0.08%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