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x86 노트북 시장의 주요 경쟁 요인은 코어 숫자, 그리고 와트당 성능이었다. 얇고 오래가면서도, 가능한 높은 성능을 내는 제품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들은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최근에는 생성형 AI까지 등장하며 성능과 배터리의 절충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성능을 높이면 배터리 소모가 크고, 배터리를 안배하면 성능이 부족하다. 와트당 성능을 높이면 되지만 공정상 한계가 있으므로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고성능 모델은 배터리가 부족하고, 저전력 모델은 성능이 부족한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를 탑재한 에이수스 젠북 S 14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 출처=IT동아
인텔은 이 문제를 놓고 전 라인업 8코어 고정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에는 고성능 제품일수록 코어가 많고, 저성능 제품은 코어가 적게 두어 성능에 차등을 뒀지만, 이번에 출시된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는 아홉 개 라인업 전체가 4개의 성능 코어 및 4개의 효율 코어를 채택하고, 동작 속도와 캐시 메모리, 내장 그래픽 및 NPU로 성능을 구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 라인업 8코어, 성능은 동작 속도 및 캐시 메모리로 분류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는 인텔 코어 울트라 1세대 제품의 후속이며, 라인업에 ‘V’가 사용된다. 코드명은 전작이 메테오레이크, 이번 세대가 루나레이크다. 앞서 언급한 고성능 라인업은 애로우레이크-H 및 HX 두 제품군으로, 내년 초 출시된다. 인텔 코어 울트라 V는 TSMC N3P 공정으로 제조되며, 처음으로 컴퓨트 타일 전반을 인텔이 아닌 외부에서 위탁 생산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대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는 32GB 메모리를 SoC로 탑재했다 / 출처=IT동아
메모리가 컴퓨트 타일 전체에 시스템 온 칩(SoC) 형태로 고정된 점은 알아두면 좋다. 기존의 x86 노트북은 CPU가 있고, 메모리 모듈은 분리돼 있다. 최근에는 두께를 맞추기 위해 메인보드에 고정하는 온보드 형식이 대세지만, 드물게 SO-DIMM 형태의 LPDDR 메모리를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반면 인텔 코어 울트라 V 라인업은 CPU 다이 위에 LPDDR5X 메모리가 함께 실장된다. 메모리를 CPU와 직결해 성능은 끌어올리고, 두께는 더 얇게 하고, 전력 효율은 올렸다.
소비자라면 코드명으로 메모리 용량을 알 수 있는데, 스펙을 한번 더 확인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인텔 코어 울트라 5 226V를 탑재한 노트북이라면 16GB고, 리뷰에 사용된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은 32GB다. 아울러 메모리가 교체 가능한 제품을 필요로 한다면, 향후 출시될 애로우레이크-H 및 HX 라인업 노트북에서 메모리 교체를 지원할 것이다.
8코어 기반이라도 부족하지 않은 실사용 성능
시네벤치 R23 결과(좌)와 시네벤치 2024(우) 결과 / 출처=IT동아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의 가장 큰 약점은 8코어 기반 프로세서다. 코어 수 조정은 배터리 효율 때문이고, 자연스레 성능도 조정됐다. 특히나 코어 구성이 4개의 성능 코어 및 4개의 효율 코어로만 이뤄져 부족하다는 시선도 있다.
전작인 인텔 코어 울트라 7 155H는 시네벤치 R23 테스트에서 단일 코어 1760점 대, 다중 코어 1만 3000점 대가 나오는 반면, 단일 코어는 1470점에 다중 코어 8459점으로 떨어졌다. 시네벤치 2024도 마찬가지로 울트라 7 155H가 단일 코어 90점 대, 다중 코어 700점 대가 나오는 조건에서 단일 코어 99점, 다중 코어 452점에 그쳤다. 차이가 있다면 그래픽 성능의 향상으로 렌더링 성능도 올라 시네벤치 R23보다는 단일 코어 성능이 조금 더 나왔다.
좌측부터 CPU, GPU, NPU의 AI 테스트 결과 / 출처=IT동아
CPU의 순수 연산 성능은 내렸지만, AI 효율은 두 배 이상 올랐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1은 합계 34TOPS(초당 1조 번 연산) 수준이었으나, 시리즈 2는 120TOPS의 성능을 낸다. 노트북의 열설계에 따라 최대 성능이 다르지만, 이론적으로는 네 배까지 올랐다. CPU 및 GPU의 FP16, FP32, 인티저 성능을 확인하는 UL솔루션즈의 UL 프로키온(Procyon) AI 추론 벤치마크로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와 울트라 7 258V를 비교했다.
앞서 진행한 UL 프로키온 AI 추론 테스트에서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CPU 성능은 56점, NPU 성능은 253점으로 기록됐다. 동일 테스트에서 울트라 7 258V는 CPU 65점, NPU는 975점으로 약 네 배 올랐다. 여기에 GPU 성능까지 합치면 실질 AI 성능이 네 배까지 오른 게 맞다. 최근 소프트웨어 등에 도입되는 AI 기능을 온디바이스 AI로 실행한다면 체감을 향상할 수 있다.
PC마크 10 결과, GPU 성능 향상으로 생산성 및 디지털 콘텐츠 창작 성능이 한층 올랐다 / 출처=IT동아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의 실사용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PC 전반의 작업 성능을 확인하는 PC마크 10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항목은 앱 실행속도 및 화상회의, 웹 브라우징 성능 등으로 구성된 에센셜 항목과 엑셀 및 워드 성능으로 구성된 생산성, 사진 편집, 시각화 및 렌더링, 비디오 편집으로 구성된 디지털 콘텐츠 창작 항목으로 나뉜다.
이때 에센셜 항목은 9992점, 생산성은 9053점, 디지털 콘텐츠 창작은 9731점으로 확인된다.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는 동일 테스트에서 1만 268점, 생산성 8329점, 디지털 콘텐츠 창작에서 7780점을 획득했었는데, CPU 성능은 최대한 비슷하면서도 GPU의 영향으로 생산성과 디지털 콘텐츠 창작은 크게 올랐다. 에센셜과 생산성 항목만 놓고 보자면 AMD 라이젠 5 7600X나 인텔 코어 i5-12600K에 준한다.
기대 넘치는 게이밍 성능, 내장 그래픽 한계 넘어서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 결과, 내장 그래픽 성능은 엔비디아 GTX 1060 맥스큐 정도로 확인된다 / 출처=IT동아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는 구성에 따라 인텔 아크 130V 및 140V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다. 130V는 인텔 코어 울트라 5 238V 이하 제품에 탑재되며, 140V 대비 Xe 코어가 하나 적다. 그렇다면 내장 그래픽의 실질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게이밍 성능을 변별력있게 판단하는 3D마크 :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는 인텔의 2세대 그래픽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 출처=IT동아
앞서 루나레이크 공개 당시, GPU의 실질 성능을 엔비디아 GTX 1070과 동급이라고 기재한 바 있다. 단순 처리 성능으로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게이밍 성능으로는 제법 비슷하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2는 인텔의 2세대 그래픽 아키텍처인 ‘배틀메이지’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전작 대비 최대 1.5배 성능이 나아지고, 특히 실시간 광선추적(레이트레이싱) 측면에서 일진보했다.
3D마크 테스트 중 실시간 광선 추적 및 게임 성능을 조합해 테스트하는 ‘솔라베이’ 테스트에서 GTX 1070의 평균 점수는 약 1만 5800점대다. GTX 10 시리즈에는 RT코어가 없어서 실시간 광선 추적을 단순 렌더링하고, 이로 인해 실시간 광선 추적 게이밍 성능이 떨어진다. 반면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의 솔라베이 점수는 1만 5740점대인 만큼, 실시간 광선 추적 적용 게이밍 조건에 한해서는 GTX 1070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 FHD 높음 옵션(좌)와 중간 옵션(우) 프레임 / 출처=IT동아
체감 게이밍 성능은 어떨까? FHD 30프레임 게이밍 기준 최소 사양이 GTX 1060인 사이버펑크 2077로 테스트했다. 테스트는 FHD 해상도로 높음, 중간 옵션을 각각 적용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를 탑재한 노트북은 사이버펑크 2077을 FHD 해상도, 높음 옵션, 인텔의 프레임 보간 기술인 XeSS를 품질 모드로 사용했을 때 최소 30.32프레임, 평균 36.5프레임을 확보한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최소 기준에 가까스로 만족한다.
중간 옵션으로 설정했을 때에는 훨씬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FHD 해상도를 중간으로 변경하고, XeSS를 자동 모드로 변경했을 때의 프레임은 최소 37.22프레임, 평균 47프레임으로 비교적 끊김없는 게임이 가능하다. 해당 테스트는 보통 데스크톱 CPU 혹은 RTX 4050 이상을 탑재한 작업용 노트북 등이 대상인데, 외장 그래픽 없는 초경량 노트북으로 이 정도 성능을 냈다는 점 자체가 고무적이다.
내장 메모리 용량을 더 안배하면 실질 성능을 조금 더 올릴 수 있다 / 출처=IT동아
설정을 건드리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게이밍 성능을 확보한다. 최근 노트북은 바이오스 혹은 제조사 프로그램을 통해 내장 그래픽의 GPU 메모리를 사용자가 할당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메모리를 자동 설정, 4GB, 8GB를 각각 할당한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조건은 FHD 해상도에 높음 옵션, XeSS를 고성능 모드로 설정했다.
이때 자동 모드는 최소 43.47프레임에 평균 57.3프레임으로 확인된다. 메모리를 4GB로 늘린 조건에서는 최소 프레임이 51.84, 평균 66.58프레임으로 올랐고, 8GB에서는 최소 52.11 프레임, 평균 66.82프레임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게임이나 영상 작업 등 그래픽 메모리가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면 GPU 메모리를 수동으로 할당해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경이로운 저전력 성능, x86 노트북 역대 최고
전작인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1의 최고 사양은 16코어 22스레드였다. 하지만 인텔은 저전력 성능 확보를 목적으로 시리즈 2의 코어를 모든 사양에서 8코어 8스레드로 고정했다. 최대 성능을 더 높이는 방향보다는 배터리 효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대단히 유효했다.
UL 프로키온 1시간 생산성 배터리 소모량 테스트 결과, 1시간에 4%가 소모됐다 / 출처=IT동아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하는 UL 프로키온 1시간 생산성 배터리 소모량 테스트를 진행했다.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을 1시간 동안 실행하고, 이때 소모된 배터리 잔량으로 실사용 성능을 확인한다. 원래 변별력 확보를 위해 화면 밝기를 150니트로 고정해야 하지만, 실사용을 감안해 밝기는 50%로 고정했다. 리뷰에 쓰인 젠북 S 14의 배터리는 72Wh며, 전원 설정은 ‘균형 있는’으로 지정했다.
1시간 테스트 이후 남은 배터리 잔량은 95%, 50% 밝기로 1시간 동안 문서 작업을 했으나 배터리가 고작 4%밖에 소모되지 않았다. 한 시간에 5% 효율이면 단순 계산으로 25시간 동안 실사용할 수 있다. 앞서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로 진행한 동일한 테스트에서는 약 8%가 소모됐으니 맥북 등 Arm 계열 노트북 이상의 효율이다.
PC마크 10 테스트 결과도 밝기 50%, 균형 있는 배터리 성능으로 19시간 41분을 기록했다 / 출처=IT동아
배터리 성능을 변별력 있게 테스트하는 PC마크 10 테스트를 한번 더 시험했다. 밝기는 동일하게 50%로 적용했고, 설정 역시 ‘균형있는’으로 설정했다. 테스트는 앞서 진행한 PC마크 10 테스트가 배터리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 반복된다. 이때 젠북 S 14가 모두 소모되기까지는 19시간 41분이 걸렸다. ‘최적의 전원 효율성’을 적용하면 최대 24시간까지도 가능하다.
22년 출시한 12세대 인텔 코어 i5-1240P 탑재 에이수스 젠북 X14 OLED는 동일한 테스트에서 4시간 56분이 나왔다. 배터리 용량이 63W에 MX550 외장 그래픽까지 탑재한 제품이기는 해도 2년 전 제품과 비교해 배터리 활용 시간이 4배 정도 차이 난다. 저전력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콘셉트에 제대로 부합한다.
배터리 안배 기대 이상, 최고 수준 활용도 제공
기자가 처음 쓴 노트북은 2006년 출시된 인텔 코어솔로 프로세서 탑재 제품이다. 이후로 18년 간 십수 개의 노트북을 사용했고, 리뷰로는 백여 개 이상의 제품을 접했다. 그런데 윈도우 상에서 배터리 잔량이 시간을 넘어 ‘1일’로 찍히는 제품은 처음본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배터리 잔량 자체는 대기 시 길고, 작업 시에는 짧아지므로 신뢰할 값은 아니지만, 최대 24시간 이상으로 표기되는 점 자체가 대단하다.
에이수스 젠북 S 14의 배터리 잔량이 1일 2시간 44분으로 나온다 / 출처=IT동아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코드명 루나레이크는 모험적인 제품이다. 전 세대 8코어 고정이라는 다소 시험적인 라인업을 갖췄고, 이는 코어 수가 많을수록 좋다는 소비자 인식과 대비된다. 하지만 CPU 성능 대신 GPU와 AI 성능은 크게 끌어올리면서, 배터리 효율도 극도로 올렸다. 얇고, 가볍고, 오래가는 노트북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이상적인 성능이다.
전작 대비로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배터리 효율과 2세대 아크 그래픽스, 120TOPS의 높은 AI 성능과 타사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경제적인 가격대는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노트북을 맥북 프로만큼 매력적으로 만든다. 어쩌면 인텔의 노트북 세대는 루나레이크 이전 제품과 이후 제품으로 나뉘지 않을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