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 전문가인 저자 생물학-예술-종교 등 넘나들며 ‘본다는 것’에 대한 연구 집대성 ◇눈 뇌 문학/석영중 지음/688쪽·4만8000원·열린책들
시작은 지구상에 눈이 탄생한 과정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시기는 약 4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삼엽충이 눈을 갖게 된 때는 약 5억 년 전. 그러니 지구 위 생명체들은 40억 년 동안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살았다는 얘기다. 어둠 속에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저자는 러시아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전위적 음악 ‘봄의 제전’에 빗댄다.
이렇게 생물학, 신경학 등 과학적으로 연구한 시각에 관한 내용을 저자는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과 엮어 서술해 나간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에서 주인공이 실연을 겪고 난 뒤 갑자기 주변 풍경이 어둡고 침울하게 보이는 현상을 묘사한 것을 두고 지각 심리학의 ‘인지적 침투’(인간의 지각이 믿음, 욕망, 정서 등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로 설명하는 식이다.
마지막 장 ‘신의 눈을 흉내 내는 시선’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연민과 삶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도스토옙스키 같은 문학 대가들이 상상한 신의 눈은 보편적 참회와 구원의 눈물이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응시 같은 것들이다. 인류의 역사 속 ‘보기’의 의미를 조명하는 것을 통해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