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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앞두고 시니어 주택 시장 치열

입력 | 2024-10-19 01:40:00

[위클리 리포트] 인구 변화가 집 구조도 바꾼다
고령화에 시니어 주택 수요 급증
자산가 중심 소규모 주거 시설… 중산층 대상 대단지 사업으로
건설사들, 신규 먹거리로 낙점… 정부도 분양형 실버타운 추진




소수의 고소득자 또는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시니어 주택’이 중산층까지 타깃을 넓힌 대단지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내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공과 민간에서 앞다퉈 시니어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11만695명으로 전체 5124만8233명의 19.7%를 차지했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내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는 1051만 명(20.3%)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한국이 고령사회가 된 2017년(14.21%) 이후 8년 만이다.

노인들이 살 주거공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2022년 기준 전국 시니어 주택(노인복지주택)은 39곳, 8840채에 불과했다. 흔히 ‘민간 실버타운’으로 불리는데, 월 주거 비용은 200만∼500만 원 선이다. 이들은 현금이 많은 사람들이 높은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는 고급 주거 시설 성격이 강했다. 커뮤니티 활동과 사생활 보호 등을 강조해 단지 규모도 100∼500채 내외였다.

고급 시니어 주택으로 잘 알려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클래식500’(385실)은 보증금 9억 원에 월 관리비를 400만∼500만 원 내야 한다.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좋은 층과 향은 기존 입주자가 나가야 입주할 수 있는데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자 중산층을 겨냥한 시니어 주택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일감이 줄어든 건설사, 시행사들이 새로운 사업으로 시니어 시장에 뛰어든 영향도 있다.

현대건설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892채 규모의 시니어 주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년 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공급 규모는 중산층 소비 여력 등을 조사한 뒤 정한 것”이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미래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실버주택 특화’를 선정했다. 실버타운 등 노인복지주택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엠디엠은 경기 화성동탄2지구 내 의료복지시설 용지에 총 2550채 규모의 시니어 주택과 총 874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도 주거 비용을 낮춘 시니어 주택 공급에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2027년 첫 입주를 목표로 ‘어르신 안심주택’을 추진 중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85% 수준으로 도시 중심부 역세권에 조성된다. 지난달 26일에는 ‘폐교재산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폐교를 노인복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정부는 시니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허용한다.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