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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특수부대 ‘폭풍군단’ 1만2000명 러 파병”

입력 | 2024-10-18 20:44:00

북한 특수부대의 열병 행렬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를 러시아에 대규모로 파병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미 1500명이 러시아 함정을 타고 현지로 이송됐고, 추가 이송을 통해 파병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 파병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전쟁 시 상호 군사원조 내용이 포함된 군사동맹 조약을 맺은 북-러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통해 혈맹으로 나아가면서 한반도와 세계 안보를 흔들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군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8~12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파병 부대는 북한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이며 총 10개 여단 가운데 4개 여단에 해당하는 약 1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합의했다”며 “이 중 선발대 1500명이 러시아에 도착해 전선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폭풍군단은 수도권 및 후방 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총 10개 여단으로 구성된다.

10월 12일 동해상 러시아 상륙함의 북한 병력 수송 활동 요도. 2024.10.18. 국정원 제공

국정원에 따르면 청진과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러시아 해군함대의 북한 해역 진입은 1990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 국정원은 “파병된 북한군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스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고,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을 넘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까지 배제하지 아낳고 있다는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여부에 대해 “우리 생각을 지금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北 대규모 파병에… 국제 정세도 파장



북한이 한국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을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한 것으로 18일 확인되면서 한반도 안보는 물론이고 국제 정세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 러 군복·무기-위조 신분증으로 위장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폭풍군단 예하 4개 여단(약 1만 2000여명)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러시아와 합의했고, 이달 8~13일 러시아 상륙함과 호위함 등 7척이 청진과 함흥, 무수단 등 북-러 접경지역에서 선발대 1500여명을 실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을 마쳤다. 국정원은 “조만간 2차 수송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12일 청진항 앞바다에서 포착된 러시아 함정과 16일 연해주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의 러시아 군 시설에 분산돼 훈련 중인 북한군 수백 명을 촬영한 위성 사진도 공개했다. 이들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제공

특히 러시아는 북한군들에게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했다. 또 북한인과 비슷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 부라티야 지역 주민 명의의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12일 파병에 앞서 이 특수전 부대를 참관했다.


● 北 최정예 전투부대, 역대 최대 규모로 파병

북한은 과거 베트남전과 제4차 중동전쟁에도 파병했지만, 그 규모는 수십명~수백명 수준이었다. 1만 명이 넘는 최정예 특수부대를 사단급으로 파병한 것은 역대 최초다.

‘폭풍군단’은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전 부대다. 한국의 특전사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작전 임무 범위도 넓다. 부대의 모체는 1969년 창설된 특수8군단이다. 특수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습격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대다.

특수8군단은 1983년 경보교도지도국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91년 제11군단(일명 폭풍군단)으로 확대 개편된 뒤 2017년 특수작전군으로 통합됐다. 폭풍군단은 김정일이 직접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1군단 사령부는 평안북도 덕천시에 있고, 현 사령관은 리봉춘 중장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폭풍군단 예하엔 4개의 경보병 여단, 3개의 해상저격여단, 항공육전병여단 3개 등 10개 여단이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폭풍군단의 주임무는 개전 초 최단 시간에 한국에 침투한 뒤 남한 주요 거점에 점령하고, 정치공작 활동과 요인 암살, 교란 작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은 과거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각 부대엔 테러 대상지로 전국의 주요 도시가 할당돼 있고, 내 임무는 충주시장을 암살하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은 경보병여단과 저격여단 병력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군 특수부대와 후방에 침투해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을 저격하거나 주요 표적의 폭파 임무 등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푹풍군단’의 파병이 전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선 관측이 엇갈린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고강도 훈련을 거친 특수부대인만큼 우크라이나 후방 교란 등에 통해 러시아 전과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투 경험이 없고, 언어 문제와 낯선 전장 환경에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별다른 전과도 못 거두고 ‘총알받이’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