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미국도 “2025년부터 관세 부과” 한국,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라 타격 불가피 친환경기술 혁신-배출권시장 활성화 시급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푸른색으로 가득 찬 하늘과 선선한 가을 날씨에 감탄하고 있노라면 지난여름 열대야로 잠을 설쳤던 날들이 보상되는 것 같다. 매년 10월, 이런 맑은 가을 하늘과 공기는 정말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라 생각돼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대기오염으로 인해 매년 세계 인구 700만 명이 사망에 이르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 이상 건강 피해 비용이 발생한다는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우리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마냥 즐기기에는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세계 환경문제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국제통상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탄소국경세’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수출될 때 수입하는 국가에서 탄소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수입 관세를 의미하며, 적용 관세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사용한다.
이 제도는 2021년 유럽연합(EU)에서 1990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을 55%로 감축하기 위한 법안을 계기로 해당 법안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처음 도입하면서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현재 EU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전력, 비료, 시멘트, 수소 등 6개 업종에 탄소국경세가 적용되고 있다. EU에 속하지 않은 영국도 2027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유럽 전체적으로 이 6개 업종 수입 품목에 대해 고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CCA가 CBAM과 차이가 나는 점은 2027년부터는 수입품의 무게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도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고 돼 있어 향후 원자재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같은 무게가 나가는 완성품 수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탄소국경세의 도입 근거는, 국가 간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 정도가 달라 발생하는 탄소유출(Carbon Leakage)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공동협력을 하고자 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이 적은 선진국들이 탄소배출이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적 통상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구조를 가진 개발도상국에는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탄소국경세를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이자 개도국에 대한 차별적인 무역장벽이라고 반발하는 나라들이 있다. 세계 철강 수출 1위국인 중국은 탄소국경세로 인한 수출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EU에 대해 무역분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인도는 한발 더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WTO의 무역분쟁 조정 역할이 마비된 상태이지만, 앞으로 주요 개도국의 반발로 인해 탄소국경세를 둘러싼 다양한 국제통상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탄소국경세가 향후 관련 업종 기업들에 부담이 되기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021년 EU의 CBAM이 알려진 직후부터 많은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들에 탄소배출량 계산법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 컨설팅과 관련 교육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하고 있고, EU 및 미 정부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우리 기업·정부의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알리고 있다.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