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마련된 관광특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현재 서울 명동과 이태원을 비롯해 제주·해운대·경주·설악산 등 전국 13개 시도의 34곳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는데, 기능을 상실한 채 이름만 남은 곳이 많다고 한다. 관광특구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10만 명을 넘고 관광 편의·기반시설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이를 충족한 곳이 드문 실정이다. 34곳 중 26곳은 외국인 관광객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관광특구가 상당수인 것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온 빈약한 여행 콘텐츠와 가성비 낮은 숙박시설, 일부 관광지의 바가지 상술 등이 나아진 게 없는 탓이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숙박·교통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고 볼거리, 즐길거리도 없어 이름만 관광특구인 곳이 한둘이 아니다. 지자체들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대신 상징 조형물이나 안내판 설치 같은 데만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2000년 이후 24년째 여행수지 적자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70만 명으로 해외로 나간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하다.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도 54% 정도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정부가 관광대국 도약을 내걸고 작년과 올해 벌이는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이 무색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