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교육감 인터뷰 “사교육을 惡 치부… 근본해법 못돼 선거때 진 빚, 자리로 갚지 않을것”
정근식 신임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2일 차를 맞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은 효과가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 심화학습을 강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16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2일 차를 맞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사교육 시장 과열을 가라앉힐 해결책으로 ‘공교육에서의 심화학습 수용’을 꼽았다.
정 교육감은 이날 인터뷰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 배제’ 등 현 정부의 사교육 완화 대책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 4년간 사교육비가 21조 원에서 29조 원으로 오히려 증가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 출제 배제 조치 등이 학부모 부담을 더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교육을 악(惡)으로만 치부하고 ‘전쟁’처럼 치르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원 단속을 강화하거나,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강경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교육감은 “교육감이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지만, (1년 8개월의) 임기 동안 무리하게 효과를 보려는 조급한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선거를 도왔던 외부 인사들을 시교육청에 영입해 지적을 받았던 행보와 관련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도와주신 분들께 마음의 빚은 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자리를 주는 식으로 갚을 빚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쪽 진영 말만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취임 후 처음 방문할 학교 현장도 혁신학교, 일반 공립학교, 특목고 등 어느 학교나 될 수 있다.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관심을 가지는 교육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육감은 18일 오전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가칭) 기본 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내년부터 서울 시내 초등학교 1학년은 난독 검사, 고등학교 1학년은 경계선 지능 진단 검사를 받게 된다. 난독이나 난산, 경계선 지능으로 진단받은 학생은 맞춤형 지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