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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10명 떠나고 9명 새로 합류… 감독인 내가 새 팀 온 기분”

입력 | 2024-10-19 01:40:00

女프로농구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우리은행 왕조’ 주역 박혜진 이적… 신인왕 출신 박지현도 뉴질랜드行
‘위성우호 2기’ 각오로 시즌 준비… “고강도 훈련으로 전력 약화 극복”
27일 시즌 개막… “목표는 PO 진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기에 앞서 골밑슛 자세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위 감독은 2024∼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가 많이 바뀐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팀을 옮긴 건 선수들인데 감독인 내가 새 팀에 온 기분이 든다.”

여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을 준비 중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53)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팀 통산 12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이후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이적 등으로 팀 구성원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비시즌에 가드 박혜진(34)과 박지현(24)이 팀을 떠났다. 우리은행에서만 16시즌을 뛰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세 번이나 뽑힌 박혜진은 BNK로 이적했다. 정규리그 통산 489경기에서 평균 11.5점을 기록한 박혜진은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이었다. 2018∼2019시즌 신인왕 박지현(통산 158경기 평균 13.3점)은 뉴질랜드 리그 토코마나와 퀸즈에 입단했다. 위 감독은 “두 선수가 차례로 팀을 떠났을 땐 ‘과연 다음 시즌에 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이적과 은퇴 등으로 10명이 팀을 나가고, 심성영(32·가드)을 비롯한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신인 선수 등을 합쳐 9명이 합류했다.

위 감독 부임 전까지 우리은행은 네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하위(6위)였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2012∼2013시즌)에 통합우승을 이뤄낸 것을 포함해 여자프로농구 사령탑 역대 최다인 7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챔프전에서도 역대 사령탑 중 가장 많은 8번 우승했다. 그런 위 감독에게도 팀을 떠난 핵심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위 감독은 “그동안 내가 ‘이번 시즌은 참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면 주위에서 ‘또 앓는 소리 한다’고 했었는데, 올해는 같은 말을 하면 ‘진짜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위 감독은 ‘위성우호 2기’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위 감독은 12년 전 산악 달리기와 108계단 오르기 등 단내가 날 정도의 고강도 훈련으로 붙박이 꼴찌이던 우리은행을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계단 오르기 같은 훈련은 하지 않지만 그 대신 농구장에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과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새벽과 야간 훈련까지 하는 날엔 하루 7시간 정도를 훈련장에서 보낸다고 한다. 위 감독은 “훈련량이 많다 보니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라면서도 “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우리 팀이)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치열한 연습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베테랑 포워드 김단비(34)가 정신적 지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김단비(통산 516경기 평균 13.2점)는 2022년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두 시즌 연속 챔프전 MVP로 선정됐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프전에선 4경기 평균 21.8점을 넣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위 감독은 “단비를 영입할 때 단비에게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니 와서 편하게 뛰라고 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사실상 단비가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단비에게) 상당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새 시즌 목표를 우선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로 잡았다. 일단 PO에 올라간 뒤 우승에 대한 욕심을 내보겠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 뒤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올해 우승이 가장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2위로 챔프전에 올라 우승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팀이 ‘리빌딩’에 들어간 이번 시즌에도 정상을 차지하면 위 감독 생애 최고의 우승은 바뀔 수 있다. 위 감독은 “만약 이번 시즌에 우승하면 (지난 시즌보다) 천 배, 만 배는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은 27일 개막한다. 우리은행은 28일 신한은행과의 인천 방문경기로 시즌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