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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 작전지도 놓고 “주권 침해시 거침없이 물리력 사용”

입력 | 2024-10-19 01:40:00

목함지뢰-포격도발 2군단 찾아
1년여만에 서울 콕 집어 도발 위협
“한국은 명백한 적국” 누차 언급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2015년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을 주도한 인민군 부대를 찾아 서울 공격을 위협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사용하겠다”면서 서울이 표시된 작전지도를 펼쳐 놓고 구체적인 군사 행동 지침까지 내렸다. 북한은 김정은의 위협 이틀 전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0m 떨어진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김 위원장이 한국 지도에서 서울을 콕 집어 도발 위협에 나선 것은 2023년 9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찾아 전투 대기 태세로 전환한 관할 여단 준비 상태를 점검한 뒤 군사행동 계획을 담은 중요 문건을 검토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부대 회의실에서 북한군 지휘부와 함께 대형 지도를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지휘봉으로 특정 지점을 가리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도 상단은 흐리게 처리했지만 ‘서울’이라는 문구가 파악돼 유사시 2군단의 서울 공격 계획 등이 담긴 작전지도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적는 북한군 지휘부의 뒤쪽 벽면엔 서울 등 한국 전역의 주요 지점을 붉은색으로 표시한 흐릿한 지도도 포착됐다. 군 당국자는 “대남 전면 도발 시 한국 내 최우선 타격 목록과 투입 전력, 무기 등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 뒤쪽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선 비무장지대(DMZ)를 굵은 파란색으로 표시한 한반도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회의장 밖에선 연일 거친 대남 비난 담화를 쏟아내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대형 작전지도 앞에서 손가락과 지휘봉으로 서울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가리키며 ‘전쟁 억제력(핵 무력)’ 강화를 지시했다. 용산 대통령실 등 한국의 전쟁 지휘부를 겨냥한 ‘핵 초토화’ 위협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한국을 “명백한 적국” “타국”이라고 누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틀 전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단순한 물리적 폐쇄만의 의미를 넘어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도 했다. 또 “우리의 공격력이 사용된다면 합법적인 보복 행동”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고수하는 평화만이 믿을 수 있는 평화”라고 발언하는 등 대남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인민군 2군단은 2015년 DMZ 내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을 감행한 부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