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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살라미식’ 폭로에 쩔쩔매는 대통령실

입력 | 2024-10-19 09:18:00

명, “철없는 오빠” 등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저장본 2000여 장 보관 주장




“‘철없는 오빠’는 애피타이저다.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저장본이 2000장이 넘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받은 ‘체리 따봉’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는 10월 15일 한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명 씨의 말 한마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캡처 한 장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명 씨 주장을 모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내용도 적잖지만 명 씨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꽤 접촉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왼쪽)와 명태균 씨. [뉴시스, 명태균 제공]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
최근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명 씨가 10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캡처 이미지다. 해당 카톡 대화는 2021년 7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했다.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윤 대통령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자 같은 날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고 밝혔다. 김 여사와 카톡 대화 속 ‘오빠’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 씨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다. 당초 언론에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오빠”라던 명 씨는 이후 논란이 커지자 “김 여사 친오빠라고 한 건 파장이 커질까 봐”라며 윤 대통령이라는 뉘앙스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10월 17일에는 다시금 언론에 카톡 대화 속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명태균 씨가 10월 15일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이미지. [명태균 페이스북 캡처]

‌해당 대화 내용이 큰 파장을 부른 이유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수시로 정치적 조언을 했다”는 명 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카톡 대화에서 김 여사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명 씨는 앞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나한테 시키는 걸 나한테만 시키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시키라 했다” “항상 일을 시킬 때는 3명한테 하라고 했다”는 등 자신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러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동안 명 씨와 관련해 대응을 자제하던 대통령실은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톡 대화를 공개하자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명 씨와 김 여사 간 카톡이 윤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사적 대화’라고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결과적으로 김 여사와 명 씨 사이에 일정한 소통이 있었던 것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명 씨를 대선 전 만나긴 했지만 그가 ‘정치 브로커’라는 조언에 거리를 뒀고, 정부 출범 이후 관계를 단절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여사와 명 씨의 관계에 대해선 “비선은 없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하면서도 구체적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세간의 이목은 김 여사가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2022년 보궐선거부터 올해 초 22대 총선까지 명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여부에 쏠린다.

최근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인연’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막후에서 상당한 정치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 주장에 따르면 그가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해 한 정치적 조언 및 행보는 크게 두 갈래다. 각각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및 대선 후보 경선, 실제 대선과 그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 역할이다. 우선 명 씨가 2021년 6월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난 후 6개월간 수시로 전화 통화하면서 전했다는 ‘전반적 조언’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과 첫 만남부터 같은 해 11월 5일 대선 후보 경선까지 자신이 “판 짜는 것”을 했다고 주장한다. 명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시기 자신이 했다는 구체적 역할을 몇 가지 언급했다. 2021년 7월 25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성사시킨 게 자신이고,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도 조언했다는 것이다. 명 씨는 자신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후보 단일화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외에도 명 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총리로 추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이를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
명 씨의 ‘역할’과 관련해 제기된 또 다른 논란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다. 10월 15일 언론에 명 씨와 여론조사업체 직원 강모 씨(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로,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2021년 9월 29일 통화 녹취에서 명 씨는 강 씨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도록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인 2022년 2월 28일 통화 녹취에서 명 씨는 또 다른 직원에게 윤 대통령 지지세가 높은 60대 이상 샘플 비율을 늘리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 씨는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한 후 “김 여사가 청와대에 가자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와서 사람들 면접을 보라고 그랬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임태희 경기교육감에 대해 “그 사람 이력서 누가 본 줄 아느냐, 나다”라는 주장도 내놨다.

명 씨는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상황이다. 김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경남 창원의창 후보로 공천돼 당선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컷오프되자 명 씨가 김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모 씨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명 씨-김 전 의원 간 자금 거래 내역과 명 씨 관련 녹취파일 4000개 이상을 분석하고 있다. 통화녹음 파일에 누가 등장하는지,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 등에 따라 향후 상당한 파장이 일 수 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6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