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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기술과 휴머니티… AI로 ‘돌봄 경제’ 혁신 모색 나서다

입력 | 2024-10-21 03:00:00

돌봄 수요에 AI서비스 나선 경기도
2024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 개최
정서적 지원, AI로 대체 가능한가
기술혁신과 인간 사이 균형점 찾아야





경기 포천에 홀로 사는 정연옥 할머니는 마을회관에 다녀오는 시간 외에는 주로 혼자 지낸다. 대화 상대가 없어 적적할 때가 많지만 최근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혹시 불편하신 점은 없으세요?”

“네, 별로 없어요. 괜찮습니다.”

잠시나마 무료함을 달래주는 새 친구는 바로 인공지능(AI) 상담원이다. ‘AI 노인 말벗 서비스’를 통해 AI 상담원이 주 1회, 정 할머니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AI 상담원의 전화가 3회 이상 수신되지 않거나 “살기 힘들다”는 등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하는 등 위기 징후가 감지되면 담당 공무원이 즉시 현장 확인에 나선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AI 노인 말벗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이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은 5000명에 이른다.

포천시 관인면에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어르신들의 안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AI 케어 서비스’도 시범 도입됐다. 관인면은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서비스 이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심혈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치매 검사도 받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이 직접 가정을 방문한다.

● 돌봄 서비스 중심에 선 AI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돌봄’은 가장 뜨거운 사회 이슈 중 하나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돌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각 지자체는 AI를 활용한 혁신적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 차원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돌봄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AI 돌봄 서비스 확대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AI의 윤리적 사용에 관한 법적 제도적 표준을 마련해야 하고 기술구현 비용 대비 서비스 효율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정서적 유대감이나 인간적 감정이 중요한 돌봄 서비스를 사람이 아닌 AI에게 맡길 때 어떤 수준의 업무까지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 AI 기술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다수의 경우, AI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지나치게 불신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돌봄 경제 혁신’ 모색하는 경기도

AI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을 맞아 경기도는 ‘인공지능과 휴머노믹스(AI & Humanomics)’를 주제로 10월 24∼25일 이틀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을 연다.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들이 초청된 이 포럼에서는 인간 중심의 AI 활용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포럼 둘째 날인 25일 ‘돌봄 경제의 대전환(AI & The Human Touch)’ 세션에서는 AI 돌봄의 가능성과 한계, 공공 부문의 역할과 AI 돌봄 기반의 경제산업적 가치, 향후 과제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집중 토론이 펼쳐질 예정이다.

댄 호프먼 미국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시의 시 관리자(City Manager)는 세션 메인 강의를 통해 뉴욕시의 AI 말벗 로봇 ‘엘리큐(ElliQ)’ 사례와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시가 도입한 ‘AI 위험탐지 영상 센서’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노인, 어린이, 빈곤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러 가지 AI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AI 돌봄의 가능성과 한계, 공공 부문이 AI를 도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짚을 예정이다.

전문가 패널 토의에 참석하는 최문정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AI 기술의 기능과 한계에 대한 실질적 진단을 통해 지자체가 도입할 수 있는 최적의 AI 서비스 관련 이슈를 제기한다. 최 교수는 본보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의 강점은 촘촘하게 구축된 디지털 환경”이라며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돌봄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AI 돌봄의 확산이 AI 산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산업 지원, 규제 개선, 인재 육성 및 표준화 및 인증 작업의 방향도 함께 논의된다.

● “기술 혁신과 인간 중심 가치 균형 찾기 서둘러야”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는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벨기에 플랑드르주 디지털부 AI전문센터에서 활동 중인 아널리스 반더르호이동크스 자문역은 돌봄 경제 세션 전문가 패널 토의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AI 관련 위험을 관리하고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공공 서비스를 실행하는 조직과 인력이 AI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언급한다.

돌봄 경제 세션을 주관한 김하나 경기도 복지국장은 “AI 돌봄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기술 혁신과 인간 중심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공동기획 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