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0대 직장인이 내게 물어왔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조만간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데 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줄어들 것 같아서 그런다고 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이때 평균 임금이란 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이전 3개월 동안 수령한 급여를 해당 기간의 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12월 31일에 퇴직하는 근로자가 직전 3개월(92일) 동안 1840만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평균 임금은 1840만 원을 92일로 나눈 20만 원이다. 30일분 평균 임금은 600만 원이다. 해당 퇴직자의 계속근로기간이 30년이면 사용자는 1억8000만 원 이상의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결국 DB형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중요한 것은 퇴직 이전 3개월의 급여다. 이때 급여가 줄면 퇴직급여도 함께 줄어든다. 따라서 DB형은 근로기간에 비례해서 급여가 상승하는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체계를 가진 회사에 적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공서열 방식의 전통적인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 임금피크제와 연봉제로 매력을 잃어가는 DB형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으로 정년제도를 운영하는 상용 300인 이상 사업체(2820곳)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체(1438곳)의 비율이 51%나 된다. 이들 사업장의 근로자가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금이 피크에 이르렀을 때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 퇴직급여가 줄어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임금상승률 둔화도 주목해야 한다. 통상 임금은 직급 상승과 물가 상승을 반영해 인상한다. 그런데 최근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돼 있던 것을 사원, 선임, 책임, 수석으로 간소화한다. 직급 상승에 따른 임금 상승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고령화와 저성장에 따른 임금상승률 둔화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2003년 30만2100엔이었던 일반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2023년에 31만8300엔으로 연평균 0.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 운용 수익이 좋으면 퇴직급여를 더 받는 DC형
임금피크, 연봉제, 직급체계 간소화 같은 임금체계 변화와 고령화, 저성장에 따른 임금상승률 둔화에 대응하려면 DB형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DB형 적립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2015년 68.3%였던 DB형 적립금 비율이 2023년 53.7%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DC형 적립금 비율은 22.5%에서 26.5%로 상승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기 퇴직계좌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1년 일하면 그해 급여의 12분의 1 이상을 해당 퇴직계좌에 이체해야 한다. DC형 가입자는 자신의 퇴직계좌에 이체된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해야 하고, 운용 성과는 가입자에게 귀속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면 DC형 가입자가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내면 DB형 가입자보다 퇴직급여를 더 받을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