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미국 대선은 세계가 변곡점을 맞는 가운데 치러진다. 모두가 대선 결과를 주시하고 있지만 롤러코스터 같았던 대선 레이스의 승자는 아직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
미국이 탈(脫)냉전 이후 가장 큰 도전을 맞고 있다는 우려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공유하고 있는 현실 인식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극과 극’의 해법은 세계 안보와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美 최대 과제 부상한 북·중·러·이란 협력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와 무관하게 한미동맹도 변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리스 후보는 새로운 동맹체제와 군사력 강화를 통해 이들을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 등 지정학적 구획에 따라 구축돼 있던 동맹을 한미일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인도·태평양 4개국(AP4)의 안보협력처럼 서로 얽히며 맞물리는 ‘격자형(Lattice)’ 안보구조로 바꾸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을 가속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후보는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방위비로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냈을 것”이라며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를 기정사실화했다. 한국의 방위비 증액은 나토 국방비 증액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규정할 대표적인 미국 우선주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방위비 증액 등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동시에 북·중·러·이란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동맹들의 기여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유세 때마다 독일과 함께 한국을 “미국을 착취하는 동맹”의 대표 동맹국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독일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조기 종식으로 유럽과 중동 안보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후보에게 주한미군은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다. 트럼프 후보가 유세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한국을 표적으로 삼을 때마다 트럼프 핵심 참모들이 한목소리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한미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한미관계 빅딜 추진 가능성 대비해야
현실화한다면 국가의 명운을 흔들 위기가 될 수도,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안보·경제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까.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질문일지 모른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