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앞세운 TSMC 32조원 기록… 최첨단 칩 독식 영업이익률 47.5% 삼성 비메모리 적자 1조원 넘을듯… 메모리선 中 창신메모리 추격받아 정부 “삼성전자 위기, 韓산업계 위기”
31일 삼성전자 3분기(7∼9월) 확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부문 매출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재역전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실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위기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과학·산업계 위기를 반영한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 삼성전자 반도체, TSMC에 매출 재역전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메모리가 주력인 삼성전자 매출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세계 반도체 기업 매출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양 사의 행보에서 차이는 두드러진다.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비롯한 비메모리 부문은 3분기 적자 폭이 1조 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적인 파운드리 라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3nm 공정 수율 불안정으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받쳐줄 메모리사업부 실적도 충분치 않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성수기 수요가 제한적인 가운데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시장 진입으로 예상 대비 가격 상승 폭이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박상욱 과기수석 “삼성 위기, 한국 산업계 위기”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20일 방송에 출연해 “(삼성 위기론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계와 산업계에 닥친 위기의 상징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 “반도체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는 데 큰 동력이 된 고마운 산업이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안팎에서는 최근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목표 지연과 관련 개별 D램 설계에 대한 근원적 진단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최첨단 기술 장벽에 부딪혔고,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발 기업의 추격에도 쫓기고 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AI 시대의 도래가 삼성의 위기를 가장 잘 드러나게 한 것”이라며 “표준화된 메모리를 만들던 조직 운영 방법은 AI 시대 반도체에 맞지 않다. 이를 계기로 큰 혁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