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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멀어 목숨 잃은 아이들…캄보디아 모자보건 위해 정부·시민사회 협력[콜렉티브 임팩트 ⑥]

입력 | 2024-11-04 14:00:00

굿네이버스, 코이카-순천향대 중앙의료원과 협력
산악지대 의료소외지역 대상 모자보건 증진 사업




환경·교육·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등장했습니다.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여러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산전관리 서비스. 굿네이버스 제공

캄보디아 동북부에 있는 라타나끼리·몬둘끼리 주는 험준한 산악지대로,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아플 때 병원·보건소 등을 방문하기 어려운 의료소외지역이다. 두 지역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과 신생아 사망률 등 모자보건 지표는 캄보디아 내에서도 안 좋은 수준이다. 마을에서 보건소까지의 평균 거리는 11.1㎞에 달한다. 산지와 강변 지형이라 우기(5~11월)에는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 산모가 정기검진, 산전·산후관리 등 모자보건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다.

주민들의 모자보건에 대한 인식(산모의 산전·산후관리 필요성, 출산, 모유수유 등)도 매우 낮았다. △열악한 보건의료시설 △보건의료인력 역량 부족 △아웃리치 서비스 및 전원 체계 부족 등으로 모자보건 의료서비스 전반의 질적 개선이 필요했다.

민관협력 통해 캄보디아 의료소외지역 산모와 신생아 건강 지킨다

캄보디아 라타나끼리 주 오춤(OuChum) 지역 보건소 모자보건센터 전경.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캄보디아 의료소외지역의 모자보건 개선을 위해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협력했다. 2019년 12월~지난해 12월 코이카의 무상원조 기금을 투입해 라타나끼리·몬둘끼리 주 보건국과 함께 병원 2곳과 보건소 3곳에 모자보건병동 총 5개를 신축했다. 모자보건병동은 분만실, 응급실, 산모 대기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라타나끼리 보건소 32곳과 몬둘끼리 보건소 16곳에도 초음파, 인큐베이터 등 의료 기자재를 지원했다.

보건소 모자보건센터 내 분만실. 굿네이버스 제공

순천향대 중앙의료원은 캄보디아에 의료 전문가를 파견해 현지 의료진 189명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초음파 및 산과 기술교육을 실시했다. 또 캄보디아 국립모자보건센터(NMCHC, National Maternal and Child Health Center), 국립소아병원(NPH, National Pediatric Hospital), 라타나끼리 주 보건국(PHD, Provincial Health Department) 등 현지 보건부 산하기관 위탁교육을 통해 11차례에 걸쳐 현지 의료진 410명을 대상으로 기본·종합응급산과 및 신생아 관리 교육, 실습 교육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라타나끼리·몬둘끼리 주 보건국 관리자와 실무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및 모자보건 프로그램을 전수했다.

아웃리치 서비스. 굿네이버스 제공

환자 병원 이송을 위한 모터보트 지원.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이동식 보건의료 서비스인 ‘아웃리치 서비스’ 활성화에 나섰다. 단체는 보건인력들이 의료소외지역 산모와 가임기 여성(15~44세) 7만3212명에게 직접 찾아가 검진, 교육,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구급차 6대와 모터보트 11대도 지원했다.

지역사회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봉사자 조직인 ‘마을보건요원’(Volunteer Health Support Groups, VHSG) 2963명을 대상으로는 역량 강화 교육을 했다. 모자보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머니 교실(KIRI Class)도 운영했다. KIRI Class에 참여한 총 643명의 어머니는 자조 모임에서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주제로 교육받았다. KIRI Class를 통한 인식개선과 구체적인 행동변화가 일어나자, 현지 보건국의 요청으로 KIRI Class 대상을 아버지와 할머니로까지 확장했다.

어머니 교실(KIRI Class) 진행. 굿네이버스 제공

4년간의 지원으로 라타나끼리·몬둘끼리 지역의 모자보건 서비스 질이 크게 개선됐다. 현지 1500여 명의 임산부 및 5세 미만 아동 어머니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자보건 서비스를 받고 싶었지만 받지 못했던 미충족 욕구는 2021년 20.7%에서 2023년 0.2%로 감소했다. 모자보건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2021년 36.5%에서 2023년 97.1%로 대폭 상승했다. 전문가에 의한 분만 비율(2021년 77.4% → 2023년 82.1%), 산후 48시간 내 산후관리를 받은 비율(2021년 77.4% → 2023년 86.7%), 4회 이상 산전관리를 받은 임산부의 비율(2021년 22.3% → 2023년 63.7%)도 늘어났다. 지역주민들의 관련 지식·실천율은 22.3%에서 50.6%로 높아졌다.

맘 분행 캄보디아 보건부 장관은 지난해 4월 라타나끼리 주립병원에서 열린 모자보건센터 완공식에서 “라타나끼리와 몬둘끼리 주민들에게 더 나은 모자보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며 “모자보건 증진에 기여해준 코이카와 순천향대 중앙의료원, 굿네이버스, 그리고 한국 정부에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인식개선 캠페인. 굿네이버스 제공


콜렉티브 임팩트를 통해 개도국의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한다
굿네이버스는 캄보디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코이카, 기업, 현지 정부와 협력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해 왔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 및 복지향상을 위한 국별협력사업(Project Management Consulting, PMC) 등 다양한 민관협력 형태를 통해 현장에 사업 임팩트를 확대하고자 한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개도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금, 기술력, 현지 네트워크를 결합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협력을 확대할 때 개도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제도적 변화를 이뤄 더 많은 지역주민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