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첫 자녀 출산을 앞둔 서모 씨(34)는 최근 수입 유아동 브랜드 ‘스토케’의 유아 의자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서 씨가 구입하려고 한 제품은 인기 색상이라 약 6개월 후에야 받아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점원은 “다른 색상의 제품들도 최소 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식 의자로 입소문이 난 해당 제품은 단품 가격만 39만 원으로, 유아용 안전장치인 ‘베이비 세트’와 신생아용 시트인 ‘뉴본 세트’까지 포함하면 80만 원이 넘는 고가품이다. 서 씨는 “가격이 비싸도 제품이 튼튼하다는 말을 들어 구입하려 했는데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제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니 당황스럽다”며 “신생아 때부터 활용하려면 해외 직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명품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유·아동 브랜드는 성장세다. 인기 상품은 주문량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어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수백만 원대 유아차를 판매해 ‘유아차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육아용품 브랜드 ‘부가부’도 제품이 없어서 못파는 브랜드 중 하나다. 부가부 측은 “베이비페어(육아박람회) 기간이 끝난 직후라 전 제품 배송이 1~2개월가량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부가부의 올해 1~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다.
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 유아용품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의 1~9월 키즈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신장했는데,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유아용품은 3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신생아 용품 매출도 같은 기간 33.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해당 품목의 매출 신장률은 2021년 35%, 2022년 39.1%, 2023년 14.7% 등으로 오름세다. 현대백화점도 아동 명품 제품 신장률이 같은 기간 19.9%로 나타났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유아용품이 인기를 끌다 보니 유아 의류 매장에서 ‘숍인숍’ 형태로 고가의 유아차를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중에도 유·아동 브랜드가 호황인 이유는 하나뿐인 자녀에게 아낌 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골드키즈’ 트렌드의 영향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가 귀하다 보니 아이 한 명을 중심으로 부모와 친척은 물론이고 부모의 친구까지 총 열 개의 지갑이 열린다는 의미의 ‘텐 포켓’ 현상도 ‘유·아동 불패’의 이유”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런 흐름에 맞춰 유아동 제품 콘텐츠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키즈관 브랜드 ‘킨더 유니버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잠실점에 키즈 편집숍인 ‘인더스토리’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과 ‘베이비 디올’ 등 명품 아동 브랜드를 새로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올 2월 ‘베이비 디올’의 선물 전문 매장을 오픈해 아기 전용 코스메틱과 봉제 인형 등을 선보였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