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레스트 테크데이’ 오늘 개막 “제조지능이 기업의 미래 좌우”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개 ‘스폿’이 21일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에서 과열된 기계가 없는지 공장 시설을 탐지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일명 로봇개라고 불리는 ‘스폿’이 네 발로 공장을 이곳저곳 뛰어다니더니 진짜 개처럼 모든 감각을 동원해 여러 점검을 시작했다. 마치 코를 킁킁거리듯 공장 내 유해 가스가 누출되지 않았는지 검사했고 눈 역할을 하는 열감지센서로는 과열된 기계가 없는지 살폈다. 정상 작동되는 기계라 할지라도 카메라로 계기판을 하나하나 비춰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다 작업장 한쪽에 쓰러져 있는 인형을 발견하자 곧바로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내년 준공될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 공장에는 로봇개에 장착하는 배터리를 1분 만에 자동 교체하는 기술도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다른 곳에서는 마치 자동 세차를 끝내고 바람으로 차량을 말리듯 로봇이 승용차에 바람을 쏘고 있었다. 차량 앞부분에서 시작해 뒷부분까지 구석구석 바람을 쏘면 차량 내부에 있는 소음 계측기가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해 차량의 조립 불량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시속 20km로 달릴 때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자 모니터 화면에 차량 2열 쪽에 조립 불량으로 인해 차량 내부에 기준치 이상의 소음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현대자동차그룹 경기 의왕연구소가 이 같은 첨단 제조 공정 기술을 21일 공개했다. 현대차·기아 및 협력사들은 매년 ‘이포레스트 테크데이’란 이름으로 제조 혁신 기술을 내부에 공유하고 있다. ‘이포레스트’는 현대차와 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다. 올해는 22∼24일 열리는 해당 행사에 하루 앞서 취재진에게 현장을 공개했다. 5회째를 맞이하는 이포레스트 테크데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특히 ‘SDF(소프트웨어 중심 공장)’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차량을 일종의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개발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를 강조했는데, 이제는 차뿐만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공장도 첨단화하겠다는 것이다. SDF를 진행하면 생산 시설 전반에 첨단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로봇이나 AI, 통신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인간이 모든 것을 다 할 때와 대비해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는 반면 품질과 생산성은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완성차 회사 대부분은 전기차 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를 내연기관차를 팔아 메꾸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SDF 전환은 상당수가 무인화·기계화를 전제하는 것들이기에 향후 이를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협의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민 현대차그룹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 센터장(상무)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연결되고 활용하느냐가 제조지능을 좌우한다”며 “이러한 제조지능이 결국 기업의 성장과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