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혜병원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에 적합… 비수술 치료로 통증-염증 동시 개선 특수 키트-카테터 함께 활용해도 3마디 순차 시술 1시간이면 끝나
추간공의 내·외측 인대 절제로 추간공을 지나는 신경가지(왼쪽 사진)와 혈관의 압박을 줄여주는 추간공확장술 모식도. 서울 광혜병원 제공
척추질환은 척추 여러 마디에 걸쳐 다양한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이를 치료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경우 추간공확장술이 효과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에 추간공확장술의 개발자인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으로부터 척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터 척추 여러 마디에 다양한 질환이 함께 발생할 때의 치료법까지 자세하고 깊이 있는 설명을 들어본다.
―척추도 관절인가.
―척추질환의 증상 부위가 다양한 이유는.
“척추는 다른 관절과 달리 마디의 수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척추의 중심부로는 뇌에서 연결되는 척수와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관이 있고 척추관의 양쪽으로는 2개씩의 추간공이 연결돼 있다. 이 추간공을 통과하며 갈라지는 신경가지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이어진다. 요추만 하더라도 5개의 뼈마디에 양쪽 대칭으로 2개씩, 총 10개의 신경가지가 지나간다. 따라서 요추 중에서도 어느 마디에 어떤 질환이 발생했는지에 따라서 증상이 발현되는 신체 부위 또한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요추에 발생한 척추질환인데도 증상은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 다양한 부위로 나타나게 된다. 통상 요추의 윗마디에서 아랫마디로 내려갈수록 증상 부위도 허리에서 하지 쪽으로 점차 내려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척추질환의 증상 양상이 다양한 이유는.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이란.
“젊은 연령대에서 급성 요인으로 척추의 특정 마디에만 척추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는 주로 증상의 부위나 양상이 단일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그러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척추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는 한 마디가 아닌 2개 이상의 여러 마디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척추질환은 원인이나 특성에 따라서 척추관·추간공협착증, 허리 디스크, 척추 유착성 질환(섬유성, 수술성),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따라서 어떤 마디는 척추관협착증이, 다른 마디에서는 허리 디스크로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허리 이외에도 엉덩이나 하지 쪽에 증상이 동반되거나 증상의 양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 통칭해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병증의 진행 정도가 가장 심하고 통증 정도가 큰 부위의 원인인 마디를 치료한 이후에 다른 부위의 통증이 새로 생겼다고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대표적인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의 치료법 선정 시 3가지 정도의 유의 사항이 있다. 첫째, 다양한 척추질환에 적용 가능해야 한다. 즉 하나가 아닌 다양한 척추 질환이 여러 마디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여러 마디에 순차적으로 적용 가능해야 한다. 즉 하나의 마디 치료 이후에 다른 마디도 쉽게 연속적으로 치료 가능해야 한다. 이는 다른 마디로 이동해 기구나 장비를 다시 세팅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면 한 번에 여러 마디를 순차적으로 치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치료 시간이 짧아야 한다. 한 마디를 치료하는 데 소요 시간이 길다면 여러 마디를 치료하기가 환자에게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시술의 경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주로 엎드려 진행되는데 이런 자세로 긴장하면서 몇 시간씩 견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간공확장술은 적합한 해결 방안인가.
“추간공확장술은 위 3가지 유의 사항에 가장 부합되는 치료법이다. 먼저 다양한 척추질환에 적용 가능하다. 척추관협착증은 특수 키트로 추간공 내·외측 인대를 절제해 좁아진 공간을 넓혀 신경과 혈관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인다. 허리 디스크는 특수 키트로 추간공 뒤쪽 공간의 비후한 황색인대 등을 절제해 해당 공간을 넓힌다. 이렇게 확보된 뒤쪽 공간 덕분에 추간공 앞쪽 공간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던 디스크의 압박이 줄게 된다. 척추 유착성 질환은 추간공을 넓히는 과정에서 깊숙이 위치한 유착까지도 함께 제거한다. 동시에 확보된 공간을 통해 염증 유발 물질을 추간공 밖으로 배출하는 생화학적 치료도 각 질환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또한 추간공확장술은 순차적으로 여러 마디에 적용하기 쉽다. 꼬리뼈로 진입하는 카테터와 특수 키트만 활용하면 별도로 다른 장비를 기구에 연결해 다시 세팅하는 과정이 없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빠르게 여러 마디에 적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치료 시간이 짧다. 1단계 인-아웃 방식의 꼬리뼈 접근법으로 경막외 카테터를 꼬리뼈에서부터 해당 병소의 척추관, 추간공을 경유하도록 진행한다. 2단계 아웃-인 방식으로 옆구리에서 특수 키트를 해당 추간공, 척추관으로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 마디를 2단계에 걸쳐서 양방향으로 뚫어내는 데 20∼30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3개 이상의 마디를 순차적으로 시술해도 1시간 남짓이면 완료가 가능하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