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서 ‘미륵사지 출토 치미-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 특별전 26개 조각 합쳐 복원… “미륵사지 웅장함 대변” 치미 상부 운반에만 남성 3명 동원… “통일신라 치미 중 최대 규모 자랑” 이물질 제거부터 색맞춤 이르기까지… 보존처리과정 영상으로 볼 수 있어
‘바다 속에 어규(漁虯·뿔 없는 용)가 사는데, 꼬리가 솔개를 닮았다. (어규가 꼬리로) 거센 파도를 일으키면 비가 내린다. 그 상을 만들어 지붕 위에 올리면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중국 북송대 건축서인 ‘영조법식(營造法式)’에 나오는 내용이다. 옛사람들이 화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화려한 ‘치미(鴟尾·솔개의 꼬리를 닮은 장식용 기와)’를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올렸음을 알 수 있다. 궁궐이나 대형 사찰과 같은 격조 있는 건물에 올린 치미는 버선코 같은 독특한 꼬리와 우아하게 떨어지는 곡선이 돋보인다.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동쪽 승방 터에서 발견된 1.4m 높이의 통일신라시대 치미와 인근에서 발견된 백제 치미, 연못 터에서 발견된 치미 하부(위쪽부터). 통일신라 치미는 백제 치미에 비해 색상이 어둡다.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전시 1부에서는 치미의 내부 구조와 제작 방법을 보여준다. 이물질 제거부터 색맞춤에 이르기까지 치미의 보존 처리 과정을 담은 영상물도 볼 수 있다. 특히 제작 기법을 보여주는 코너에서는 새가 앉지 못하도록 치미 날개에 꽂는 금속 막대 ‘거작(拒鵲)’ 실물을 공개한다. 2부에서는 연못 터와 회랑 터, 배수로 등에서 나온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치미 조각을 조명한다.
수장고에선 눕혀서 보관하는 치미 조각들을 이번에는 설치 미술처럼 세워서 전시한다. 머리와 허리, 등, 꼬리, 깃 등 치미의 각 부분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조각에 새겨진 용·덩굴식물·연꽃 무늬는 일러스트를 첨부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강 연구사는 “지금까지 수장고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치미 조각들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줄 수 있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치미를 주제로 한 강연과 스탬프 투어 등 관련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무료.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