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까지 수입, 작년 1년치 넘어 불법촬영 적발 건수 5323건 달해 성범죄물 삭제요청 작년 24만건
올 8월 초 충북 영동의 한 군부대 교회 여자 화장실에서 초소형 카메라 3대가 발견됐다. 교회는 부대 바깥에 있어 민간인들도 이용하는 곳이었다. 부대에서 자체 조사가 시작되자 군종 목사인 A 소령이 자신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실토했다.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9월까지 이뤄진 초소형 카메라 수입이 이미 지난해 1년 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촬영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초소형 카메라 수입액은 401만7000달러(약 55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299만 달러)보다 34.3% 많은 규모다. 3년째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는 초소형 카메라 수입액은 초소형 카메라 수출입 통계를 처음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2022년(242만2000달러)과 비교하면 1.7배 늘었다.
초소형 카메라 수입이 늘면서 이를 이용한 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올 7월 대전지법은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상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115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촬영한 10대 남학생에 대해 1심에서 징역 단기 1년, 장기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대전 지역의 다른 상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개월 동안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유치원 교사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는 3월 2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초소형 카메라 장비를 손에 낀 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을 했다가 적발된 건수는 5323건으로 하루 평균 19.4건꼴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요청 건수는 2020년 15만6000건에서 2022년 20만6000건, 지난해 24만4000건 등으로 늘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