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무모한 밀착 세계평화 위협” 나토에 韓정부 대표단 보내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21일 통화를 하고 “정부는 북-러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나토 및 나토 회원국들과 실질적 대응 조치를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민감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을 비롯한 북-러 간 불법 협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에 대한 실효적 공동 대응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18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뒤 윤 대통령이 직접 나토 측에 관련 내용을 공유한 건 처음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유를 위해 우리 정부가 나토에 대표단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나토 간 안보 협력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러 대사 초치 “北 파병 등 군사협력 규탄”尹-나토 총장 “공동 대응”
軍, 대북 확성기로 파병 소식 알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차관은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지노비예프 대사를 불러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 등 우리 핵심 안보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북-러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인 북한군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한 동시에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외교부가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한 건 올해 3번째다. 앞서 2월엔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편향적”이라고 비난한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의 언급에 항의하기 위해 초치했고, 6월에도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를 명시한 북-러 조약 체결에 항의하기 위해 역시 초치한 바 있다.
북한 매체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파병 사실을 공개한 지 나흘째인 이날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우리 국군심리전단은 전방에서 가동 중인 대북 확성기로 북한군 파병 소식을 북한군 및 주민들에게 알렸다.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 재개되면서 북한 내 MZ세대 군인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확성기로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 소식까지 전해 이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