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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中직구서 물건 떼다 되팔아 수익”… 쇼핑몰 창업 사기 주의보

입력 | 2024-10-22 03:00:00

국내 쇼핑몰 만들어 주문 들어오면
알리서 구입해 팔아… “돈 번다” 속여
40억 투자 80명 “수익 못받아” 고소
중국산 제품, 국내상표 바꿔 팔기도



알리익스프레스-쿠팡 유사 상품 예시 유사한 노트북 거치대 제품이 쿠팡(오른쪽)은 7590원, 알리익스프레스(왼쪽)에는 1394원으로 올라와 있다. 두 제품은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추정된다.


대학생 박모 씨(22)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자세교정기를 1만5000원에 구입했다. 박 씨는 물건을 배송 받은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 직구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같은 제품을 검색해 봤다. 그 결과 같은 모양의 제품이 불과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일부 국내 쇼핑몰에서는 알리, 테무에서 파는 동일한 제품들이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한국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 높은 가격에도 믿고 구매했는데 실상은 싸구려 중국 쇼핑몰 제품이 도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유통 구조를 악용한 투자 창업 사기도 등장하고 있다.

● “中쇼핑몰에서 사다 되팔면 큰돈” 사기 범죄도

21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홈쇼핑 창업지원 서비스 업체 대표 김모 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알리, 테무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다가 쿠팡, 11번가 등 한국 사이트에서 팔면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투자자 80여 명을 끌어모았다. 김 씨가 예로 든 제품은 마우스, 난방텐트 등 요즘 대부분 온라인으로 많이 구입하는 것들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투자자들에게 “내가 당신들 이름으로 쇼핑몰을 개설해서 돈을 벌게 해줄 테니 이름을 나한테 빌려주고 돈을 투자하라”는 취지로 권유했다. 1인당 원금은 물론이고 1년에 600만 원의 수익까지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은 투자자들은 총 40억 원을 김 씨에게 투자했다. 김 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수익이 생각했던 것보다 발생하지 않은 것이지 사기 사업은 아니다”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투자금을 수취한 부분에 대해 사기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씨는 투자자들 이름으로 사업자를 여러 개 낸 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등에 입점해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그는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물품을 알리, 테무 등 중국 쇼핑몰에서 주문해 그대로 구매자에게 배송했고 중간에서 가격 차액을 챙겼다. 하지만 판매가 저조했고, 설상가상으로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결국 수익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김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 국산인 줄 알았는데… 소비자도 피해

이 같은 판매 행태는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믿고 구매한 제품이 사실은 질이 떨어지는 중국 쇼핑몰 제품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임모 씨(22)는 “최근 쿠팡에서 7000원가량을 주고 구매한 노트북 거치대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며 “3배가 넘는 돈을 주고 샀지만 품질이 너무 조악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국내 제조사 이름을 넣어 비싸게 파는 소위 ‘택갈이’(상표를 바꿔 붙인다는 뜻)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의류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국산이 비싸다. 이를 악용해 일부 국내 온라인 판매업자는 중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마치 한국에서 생산한 것처럼 태그를 교체해 팔고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 중국 사이트에서는 한국 사이트보다 약 반값에 팔리는 것을 본 뒤에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기도 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8월 접수된 의류 관련 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원산지나 제조국을 한국으로 속여 표시한 경우였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사이트 이용이 늘면서 이를 악용한 ‘피싱 사기’도 늘고 있다. 올해 4월엔 물류회사 DHL을 사칭해 ‘국제특송 배송알림’ 형태의 피싱 이메일이 배포됐다. 마치 중국에서 한국으로 제품이 오는 과정을 알려주는 듯한 이메일 본문에는 클릭을 유도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클릭하면 가짜 사이트에서 결제를 유도하는 식이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관련 사기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파는 통신판매사업자는 2019년 8만7147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21만2211명(약 2.5배)이었다. 앞선 쇼핑몰 사기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대리를 맡은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의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광고했다”며 “수많은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