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 파병]
‘무기만 지원’ 과거와 달리 병력 파견… ICBM 개발 ‘붉은기중대’ 소속 가능성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장착 등… 새로운 기술 얻어 美 본토 위협 우려
러시아의 대북 첨단 무기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북한의 정예 특수부대는 물론 미사일 개발·운용을 담당하는 기술진까지 파병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된 가운데, 추가 파병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 한미 정부는 러시아의 첨단 무기기술 이전을 북-러 간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이나 군사정찰위성 기술 등을 제공받을 가능성을 우선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무기만 러시아에 지원해온 북한이 대규모 추가 파병까지 단행해 북-러가 혈맹으로 단단히 묶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기술 이전 요구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쉽게 거절하기 힘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 北, 러에 ICBM 재진입 기술 우선 요구 가능성21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18일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에 파견된 미사일 기술자로 추정된다며 사진 속 한 인물을 지목했는데, 그와 유사한 인물이 지난해 12월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도 등장했다. 당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이틀 뒤 김 위원장이 ‘붉은기중대’ 군인들을 불러 격려한 행사 영상이었다. ‘붉은기중대’는 북한에서 신형 ICBM 등 주요 무기 개발의 핵심 부대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일각에선 북-러 간 은밀한 미사일 거래를 위해 핵심 무기 개발 기술자가 보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국정원은 두 인물이 동일인일 가능성에 대해 이날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달 초 미 본토를 위협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예고하며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 가능성 등을 내비친 만큼,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선 ICBM 관련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기술 등부터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ICBM 기술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이 기술들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북한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기습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 ICBM(화성-18형) 시험발사까지 성공했지만 ICBM 정상각도 발사를 통해 대기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은 입증하지 못했다.
당장 러시아가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한은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 엔진 연소시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5월 북한이 실패했던 정찰위성 3호기 발사를 올해 안에 다시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2021년 8차 당대회 당시 김 위원장이 언급했던 전략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이 이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소형원자로 기술 등을 러시아에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지원받으면 장시간 잠항 후 기습 핵타격이 가능하게 된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첨단 방공체계인 S-400 미사일포대 등이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F-35A 전투기 등 한미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공중전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 정부, 155mm 포탄 지원 우선 검토할 듯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기술을 제공해 ‘레드라인’을 넘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우리 정부는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등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무기 지원 시 정부 내부에서 우선 거론되는 무기는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이다. 지난해 초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155mm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해 주며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이 무기들은 병력 지원 없이 상호 호환도 가능해 우크라이나군이 바로 전쟁에 투입 가능하다. 또 살상 반경이 좁아 확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