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빈손 면담] 배석 안한 대표 비서실장이 브리핑… “구술만 받아” 민감한 내용 답 안해 친한 “대통령이 당대표 인정 안해”… 친윤, 韓 겨냥해 “혼자 살려고 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내 야외 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 왼쪽에 이기정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 대표실 앞에서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면담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당초 한 대표가 면담 직후 직접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한 대표는 회동 직후 귀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2%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민심을 등에 업고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한 대표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해법 없는 ‘빈손’ 면담 결과를 받아 들면서 윤-한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는 용산과 선을 그으며 더 강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에선 이날 ‘빈손 면담’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전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민주 폭거에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김 여사 논란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이 3대 요구사항을 당장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민주당이 김건희 규탄 범국민 대회를 시작한다는데, 이 처지로 어떻게 정국을 끌고 가느냐”며 “여론 악화에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정권의 운명이 좌우되는 일”이란 평가를 받는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당내 8표 이상 이탈표로 전격 통과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발의로 국회 단독 통과,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재표결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를 단속할 명분과 이유가 사라졌다”며 “지난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전격 가결된 꼴이 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가 더는 김 여사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친한계에서는 그간 김건희 특검법 불가론을 고수해 온 것과 달리 “언제까지 ‘김건희 방탄’ 국회의원으로 있을 순 없다”는 반발도 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대통령이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친한계에서 ‘우리가 왜 민주당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란 항의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 친윤 “김건희 특검법 방어 단일대오 깨나”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윤-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야당 공세에 취약해진 상황에 대해 한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한 친윤계 의원은 “당 대표나 대통령 둘 중 하나만 망하면 같이 죽는데,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 운운하면서 혼자 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가 거듭된 언론 플레이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더니, 결국 김건희 특검법 단일대오를 깨는 데 앞장선 셈이 됐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