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등 애플 AI, 챗GPT보다 정확성 25%·응답 범위 30% 이상 저조 애플 내부서 생성형 AI 기술 선두주자 대비 2년 밀렸다는 분석도 브랜드 파워·탄탄한 생태계 강점…아이폰 등 중심으로 수년 내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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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현재 자사 AI(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챗GPT’와 같은 최고 선도기업 대비 2년 가량 뒤처져있다는 내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애플이 AI 기술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애플이 수년 내에 추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거대한 ‘애플 생태계’에 AI가 자리잡기만 하면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팀 쿡 애플 CEO 또한 AI 기술을 두고 “조금 느리더라도 최고의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23일 IT전문매체 톰스가이드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내부 연구를 통해 애플의 AI 비서 ‘시리’ 등보다 오픈AI의 챗GPT가 정확성에서 25%, 질문 응답 범위에서 30%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혁명이 일어난 이후 애플은 후속주자로 여겨져왔다. 오픈AI 뿐만 아니라 구글, 삼성 등보다도 AI 활용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경쟁사들이 AI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지만 애플은 아직 자사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식 출시하지 않았다.
애플 내부에서 언급된 ‘2년’의 기술 격차는 오픈AI의 AI 언어모델인 GPT-3.5와 GPT-4o의 차이와 비슷하다. 현재 GPT-4o가 상용화됐고, GPT-3.5는 2022년 11월 베타 버전이 공개된바 있다.
오픈AI는 GPT-3.5와 GPT-4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비교해 소개한 바 있다. 오픈AI가 이들 모델로 진행한 시험들을 살펴보면 ▲미국 변호사 시험(UBE) GPT-3.5 하위 10%, GPT-4 상위 10% ▲미국 대학원 수학자격시험(GRE) 언어 영역 GPT-3.5 상위 48%, GPT-4 상위 1% ▲GRE 수리 영역 GPT-3.5 상위 75%, GPT-4 상위 20% ▲미국 로스쿨 시험(LSAT) GPT-3.5 상위 60%, GPT-4 상위 12% 등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GPT-4는 GPT-3.5보다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단어량(토큰)이 8배 이상 늘었고,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처럼 꾸며 말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효과도 더 줄였다. 심지어 현재 쓰이고 있는 GPT-4o는 이같은 GPT-4를 더 개선해 속도가 2배 가량 빠르고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추가된 모델이다.
애플의 현재 AI 기술력이 2년 전 GPT-3.5 수준에 놓여있다면 ‘뒤처져있다’는 자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아울러 시리와 생성형 AI 결합 등 본격적인 기능은 내년에나 등장하게 되고, 이마저도 애플이 완전히 독자적으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픈AI와 손잡고 시리를 통해 챗GPT를 활용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AI 기술에서 늦어진 건 맞지만 종국에는 따라잡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애플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막대한 자원, 탄탄한 하드웨어 생태계 등이 AI 경쟁에서도 무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이 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자체 개발 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재 영입, 기업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구동이 가능한 제품군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6월 애플 인텔리전스가 첫 발표됐을 때는 아이폰 2종, 일부 아이패드와 맥 등만 AI를 구동시킬 수 있었다.
애플은 최근 사상 최고 시총 3조6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세계 최고 기업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AI를 비롯한 향후 애플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팀 쿡 애플 CEO 또한 자사 AI 서비스가 다소 늦어지는 걸 인정하면서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최고의 서비스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팀 쿡 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첫번째가 아니어도 괜찮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빠르면서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최고를 선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애플 인텔리전스를 두고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이미 내 생활을 바꿔놓았다. 처음엔 미미해보일 수 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 발전을 만들어낸 중요한 순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