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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車안전기준 위반 과징금, 수입차가 81% 냈다

입력 | 2024-10-23 03:00:00

벤츠 5년간 302억원 부과 최다
“수입차 업체들 국내기준에 소홀”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5년간 자동차 안전관리 기준을 위반해 부과받은 과징금·과태료가 86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과징금·과태료의 81%가 수입차 업자들에게 부과된 것이다. 수입차 업자들이 국내 안전기준 준수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2024년 9월 기간 동안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해 총 302억 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수입차와 국산차 업체들을 모두 합쳐 가장 많은 액수를 납부한 것이다. 포르쉐(142억 원), 현대차(124억 원), 폭스바겐·아우디(94억 원), 혼다(54억 원)가 그 뒤를 이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업체들이 자동차를 제작·판매할 때 준수해야 할 안전기준들이 명시돼 있다. 안개등이 기준치보다 어둡다거나, 타이어 공기압 표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모델 매출의 2%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부과 건수로 따지면 국산 업체들이 38건, 수입차 업체들이 235건을 차지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전체 승용차 시장 판매 점유율은 20% 미만인데도 안전기준 위반은 국산 업체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자기인증 제도’의 한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신차가 출시되기 전 관계 당국이 차량의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직접 검사하는 형식 승인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은 업체들 스스로 안전기준을 지켰는지 파악해 이를 관계 당국에 알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후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업체들이 안전기준을 준수했는지 확인한 뒤 위반이 발견되면 과징금을 부과한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안전기준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에서 형식 승인을 받아온 유럽 업체들이 한국의 자기인증 제도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안전기준을 맞추려면 본사의 결정이 필요한데 한국 법인과 본사 사이에 의사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미미한 안전기준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과태료·과징금 납부 1위인 벤츠가 최근 5년간 진행한 리콜의 71%는 공단이 먼저 조사에 나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