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한국에 살면서도 매일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있다. SNS에서 몇 주 전에 이민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작년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라는 소도시에서 학교 버스와 승용차가 충돌한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대선을 앞두고 어떤 미국 정치인들은 자동차의 운전자가 아이티 이민자인 사실을 계속해서 언급했다. 처음에 그들은 3만 명의 아이티 이민자가 지난 3년에 걸쳐서 스프링필드에 정착했다고 주장했다. SNS에서 그 아이티 이민자 중에는 반려동물을 훔치고 먹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저자
SNS나 매체에서 그러한 걱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불안감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에 짧은 기간 동안 다른 나라 사람이 이주하면 그 지역의 문화가 바뀌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갑작스러운 이민자의 유입은 인구가 6만 명도 안 되는 스프링필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선 튀르키예 이민자가 옛날부터 많이 유입되고 있어서 어떤 동네는 독일이 아니라 마치 튀르키예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독일과 달리 미국은 전 세계에 ‘이민의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기의 나라를 조금 색다른 개념으로 인지한다. 그들에게는 이민자가 아무리 많아도 미국은 이민과 무관한 정체성과 문화가 따로 있고 그 문화 덕분에 성공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CNN 같은 뉴스 매체에서 사업주들은 아이티 이민자들이 좋은 노동자이며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스프링필드처럼 인구가 줄어서 노동을 할 수 있는 인력의 부족에 고통을 받는 중소도시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출산율이 상당히 낮아지는 한국의 상황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이민 정책에 대한 여러 수정안이 제기되었고 내가 볼 때도 그런 수정이 절실하다. 한국의 이민 비자 제도의 융통성은 독일과 더불어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진다. 현재 비자 제도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범주와 조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기술 전문가와 같은 자격이 뛰어난 이민자들을 우선적으로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정부의 전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일단 한국에서 정착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비자뿐만 아니라 시민권 획득 과정을 제공하면 나중에 한국에서 태어난 그들의 아이들이 정부가 추구하는 전문적인 기술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 동화될 이민자의 의지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사회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독일 그리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성공한 이유는 탄탄한 기존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요즘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 문화에 동화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스프링필드시의 사례는 그러한 정책을 정부가 단독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국 사람들이 자기 동네를 여기저기 다녀보고 낯선 이국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는 정책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몇몇 한국인들이 왜 이민을 반대하는지 이해한다. 최근에 서울 길거리에서 폭발적으로 많아진 한국말도 못 하는 외국 관광객들의 무리는 외국인인 내가 봐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이 당면한 과제는 세계화하는 것보다 인구 감소를 막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며 한국에 동화하고 한국인들과 통합할 수 있는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그들과 같이 유능한 다음 세대를 키울 수 있다. 단일민족 국가였던 한국이 이민자들을 수입 노동력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한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