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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비스, ‘딥마인드 노벨상’ 끊임없이 말해”

입력 | 2024-10-23 03:00:00

라우 기초과학硏 뇌과학연구단장
“英유학 시절 그와 종종 이야기 나눠… 노벨상 수상, AI의 과학 기여 증명
뇌와 유사한 AI 개발이 궁극 목표
사람처럼 메타인지 능력 보유 밝혀”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딥마인드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말해왔고, 결국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만난 하콴 라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신임 연구단장(사진)은 과거 영국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 허사비스 CEO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고 했다. 허사비스 CEO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로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라우 연구단장은 “그(허사비스)는 겸손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하는 연구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데 확신이 있었다”며 “이번 노벨상 결과는 AI가 이미 과학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라우 단장과 여러 면에서 관련이 깊다. 그는 뇌의 작동 원리가 AI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뇌와 AI 사이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개발한 인공신경망, 딥러닝 모두 뇌의 신경세포(뉴런)를 모사해 개발한 AI 학습법이다.

라우 단장은 “많은 연구자 및 빅테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와 유사한 AI 개발이기 때문에, 뇌 연구는 결국 AI의 안전성과도 관련이 깊다”며 “뇌를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AI의 특성을 알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라우 단장은 지난해 AI도 사람처럼 ‘메타인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밝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인지하는 능력으로, 최근 초중고 교육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능력이다.

만약 특정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과신(過信)하면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처럼 AI 역시 자신의 인지 능력을 과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라우 단장은 이를 ‘긍정적 자신감 편향(positive confidence bias)’라고 정의했다. 그는 “AI의 메타인지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교정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라며 “챗GPT와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AI의 경우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팀 리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등을 거쳐 온 라우 단장은 향후 IBS에서 뇌의 활성화 패턴을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라우 단장은 “뇌와 AI 연구 간 상호작용은 끊임없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한 AI를 개발하는 것은 인류와 AI의 공존에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