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통화서 “국익 따라 결정” 휴전 압박 美에 레바논 작전권 요구 이, 헤즈볼라 ‘자금줄 옥죄기’ 강화 “병원 지하에 6900억원 금괴-현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대한 공격이 매우 임박했다”고 20일 밝혔다. 네타냐후 정권은 다음 달 5일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만류에도 “이란이 1일 이스라엘 본토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만큼 강도 높은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군 최고사령관은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에 ‘궤멸적 타격’을 행할 준비가 됐다”고 맞섰다. 22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사흘 전 이스라엘 북부 카이사레아의 네타냐후 총리 자택에 가해진 무인기(드론) 공격의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일과 21일 각각 레바논 전역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모두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으로 풀이된다.
● 네타냐후 “이란 보복 임박” vs 이란 “궤멸적 타격”
이스라엘 국영 칸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비공개 안보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곧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란에 대한 보복 시기 및 수위와 관련해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16일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여 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살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 헤즈볼라와 모두 휴전 협상을 체결하라”고 압박했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거부했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모두 궤멸시킬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무사비 사령관 역시 이런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맞보복’을 천명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미국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아동을 학살하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거두라”고 경고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인 레바논 남부는 이 지역을 영토로 삼고 있는 레바논 정부군과 긴장 완화를 위해 주둔 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의 작전만 가능하다. 이스라엘의 작전권 요구는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군’을 조건으로 채택된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도 반하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이 1701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헤즈볼라가 이 일대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며 작전권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사실상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휴전 조건을 내걸어 전쟁 지속 의사를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헤즈볼라 자금줄 옥죄는 이스라엘
“병원 지하 헤즈볼라 벙커에 5억 달러 규모 금-현금”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사헬 병원 지하에 있는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벙커를 21일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나스랄라의 벙커에는 5억 달러 규모의 금괴와 현금이 가득했다(위 사진). 같은 날 이스라엘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공습해 이란으로부터 자금을 들여오는 헤즈볼라의 재정 부문 책임자도 살해했다. 이 책임자가 탑승한 자동차가 공습으로 완전히 불탄 모습. 이스라엘군 제공·다마스쿠스=신화 뉴시스
이스라엘은 20일에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금융사 ‘알까르드 알하산’ 지점 30여 곳을 공습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사헬 병원 지하에 지난달 27일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생전 보관했던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금괴와 현금 사진도 21일 공개했다. 수장을 잃은 헤즈볼라 구성원의 심리적 동요를 느끼게 하고, 국제사회에 나스랄라를 공격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