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특별회원 모임 ‘더네이버스클럽’ 회원 인터뷰 아프리카 르완다 식수위생사업에 약 1000만 원 후원 국내아동권리보호사업 누적 기부 금액 180만 원
아프리카 르완다 GS Kabuga 학교에 설치된 화장실과 학생들. 굿네이버스 제공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베푸는 경험’
지난해 40번째 생일을 맞이한 김모 씨는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삶을 누리게 해준 세상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김 씨는 자신이 가진 걸 나누기로 했다. 기부를 결심한 그는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의 사업에 약 1000만 원을 후원했다.
김 씨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김 씨는 “나를 보호할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는가. 이것이 가난과 결부되면 ‘세상이 두렵다,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무의식이 자리 잡는다. 그래서인지 몸과 마음이 항상 긴장된 상태였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지만, 결국 몇 년 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 숨을 쉬는 것, 먹을 수 있는 밥이 앞에 있는 것 등에 감사함을 느꼈다는 김 씨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 감사함이 커졌다. 이전에 세상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누리는 것 가운데 제 능력으로 된 건 극히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가진 것을 세상에 선물하고 싶었다. 이전에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평범한 직장인의 용기로…깨끗한 물을 마시게 된 아이들
르완다 Musambi 마을에 설치된 식수 펌프. 굿네이버스 제공
김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굿네이버스에 전화를 걸었다.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 기부하는 게 가장 가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아프리카 르완다 식수위생지원사업’을 선택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먼 곳까지 가서 구하는 물마저 안전한 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르완다의 아이들은 매일 1~2시간씩 걸어가 물을 구해야 해서 학교에 가지 못했다. 화장실 1개를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등 환경도 열악했다. 굿네이버스는 오염된 물로 각종 질병과 어려움에 노출된 주민 7000여 명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식수 및 위생시설을 보급했다. 르완다 마을 4곳에 각 1개씩 총 4개의 식수 펌프를, 학교 2곳에 각 1개씩 총 2개의 화장실을 설치했다. 또 주민으로 구성된 식수위생위원회를 조직해 교육하고, 식수시설 모니터링에 나섰다.
김 씨는 해당 사업에 1000만5904원을 기부했다. 적금을 해약하니 통장에 이 금액이 찍혔다. 그는 이 돈을 그대로 기부했다. 김 씨는 “당시 평범한 사무직 직장인이었다. 월급쟁이였고, 적금을 깨서 목돈을 기부했다. 저는 집도, 차도 없지만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르완다 아이들과 주민도 누리길 바랐다. 물질적으로 넉넉한 사람만이 기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살다 보니 스스로 증명해 보이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사업 결과물을 받아본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날 줄은…”이라며 “저의 작은 용기로 인해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동으로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특별회원 모임 ‘더네이버스클럽’ 등재감사키트. 김 씨 제공
김 씨는 더네이버스클럽 등재에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 제게 있던 돈이라 기부한 거지 ‘큰 금액이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우받고 싶다’ 이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다”며 “굿네이버스에서 축하해주시고 고마워해 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선물 받는 사람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지지 않나.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눔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방법
오랜 시간 김 씨는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꿈을 간직해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기도 했다. 처음에 ‘나눔’이라는 게 막연하게 느껴졌던 그는 우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나섰다.김 씨는 “제 성향인 것 같은데, 평상시 주변을 돕는 걸 좋아한다. 습관적으로 일상에서 작은 도움을 주는 편이다. 동료를 돕거나, 지하철에서 무거운 짐을 드신 어르신을 돕거나, 지인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등 소소한 나눔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 기부는 남을 위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천하고 보니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비상식적일 수 있지만 (기부는) 저를 위한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값으로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로 돈을 가치 있게 쓴다는 게 이런 느낌이라는 걸 배웠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쓰기 위해 돈을 벌고, 모으게 됐다. 돈을 이런 방식으로 써보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경험”이라며 “아주 넓게 생각해야 대한민국뿐이었던 제 의식의 품이 넓어지고, 의식 세계가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르완다 GS Kabuga 학교 화장실. 굿네이버스 제공
바보 같을 수 있지만…가치 있는 일, 기부
김 씨는 자신의 기부로 나비효과가 일어나 더 많은 사람이 나눔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향해 “(기부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즉 생명과 맞바꾼 격인 돈을 정말 가치 있게 쓰는 방법 중 하나”라며 “일생에 한 번쯤은 ‘바보 같은 짓’도 해볼 만하다. 함께 작은 용기를 내달라”고 말했다.이어 “세상을 떠날 때 전액 기부하는 것보다,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면서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는 삶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이 좀 더 다양한 삶을 인정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김 씨는 “지인에게 이런 기부를 한다고 말했더니 ‘내가 기초생활수급자다, 나한테 기부하라’고 하더라. 어쩌면 이게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 내 부모, 자식, 친구 등 가까운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며 “저도 건사할 가족이 있거나 기업의 대표였다면 그들을 먼저 챙겼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선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씨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지난해 4월부터 월 10만 원씩 굿네이버스의 ‘국내아동권리보호사업’에도 후원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대한 누적 기부 금액은 18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는 “부끄럽지만 연차에 비해 많은 연봉이 아니었다. 남들이 볼 때는 ‘여태 그 연봉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게 충분한 돈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나눔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