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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물 관리전담 1명뿐… 등록 전 훔쳐가도 몰라

입력 | 2024-10-23 03:00:00

경찰 압수물 횡령 사건 잇달아… “관리대책 시급”
월1회 정기점검 제대로 못해
“인력 늘려 교차 확인을” 지적




최근 일선 경찰서에 보관된 현금 등 압수물을 경찰이 훔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도박 빚을 갚거나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압수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각 서에서 압수물을 관리하는 사람은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 경찰의 압수물 절도, 잊을 만하면 또

서울 강남경찰서, 용산경찰서 등에서 잇달아 경찰이 압수물을 절도, 횡령한 사례가 적발된 가운데 비슷한 범죄가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 2월엔 강원 속초경찰서 지구대의 한 경찰관이 분실물인 지갑에 들어 있던 25만 원을 빼돌렸다. 올해 5월에는 경찰이 도박장에서 압수한 현금 3400만 원을 14차례에 걸쳐 빼돌려 자신의 도박 빚을 갚는 데 썼다.

경찰청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이 압수한 압수물은 각 경찰서의 압수물 통합 증거물 보관실에 봉인되어 검찰 송치 전까지 보관된다. 불법 도박장에서 확보한 판돈, 범죄 조직이 보관 중이었던 피해자들의 금품, 귀금속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각 경찰서 수사과의 압수물 담당 직원은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압수물을 등록해 보관한다.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팀장이나 과장 등 상급자가 압수물의 금액, 현황을 확인한다. 시도경찰청에서는 분기별로 각 경찰서의 압수물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

문제는 압수물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찰청의 매뉴얼상 관리 감독 인력이 ‘압수물 담당 직원’ 1명뿐인 탓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경기 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과 경감은 “시스템상으로는 감독자가 관리를 해야 하지만 담당자가 물건을 빼내도 알 수가 없다”며 “마치 은행에서도 직원이 금고에서 돈을 빼낸 뒤 가짜 돈을 채우고 전산상으로 이상이 없는 것처럼 해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소재 한 조사관은 “압수물이 들어온 뒤 목록을 작성하기 전에 슬쩍하면 모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울, 경기는 지방보다 압수물이 많아 1, 2개는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관리자 여럿 지정하고 불시 점검해야”

특히 관련 수사가 길어지는 탓에 압수물이 경찰에 보관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도난 우려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압수물은 경찰이 관련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 전까지 해당 경찰서에 보관하게 되어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사는 압수물(현금) 3억 원을 4개월에 걸쳐 조금씩 빼돌렸다. 사건 처리 기간이 4개월 이상 길어지다 보니 관리가 허술해진 것.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 경위는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압수물을 보관하게 되어 있는데 그 기간은 천차만별이다”라며 “생각보다 큰 금액이 압수물로 들어올 때가 있는데 일선 서에서 직원 한 명이 다 관리를 하니까 감시 기능이 작동을 안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시 점검이나 교차 점검을 도입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날짜가 미리 정해진 정기 점검은 용산서 사건처럼 압수물을 빼돌렸다가 그 날짜에 맞춰 다시 넣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시 점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는 압수물 관리가 각 서의 담당자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가장 쉬운 방법은 여러 명이 관리하게 해 실제 압수물과 입력 금액이 동일한지를 확인하게 하는 등 교차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임유나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졸업
이정숙 인턴기자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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