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빈손회담 후폭풍] 대통령실 인적 쇄신 韓 “호가호위 인사 많아, 잘라내야”… 현직 행정관 등 최소 3명 실명 언급 尹 “여사와 소통할 수 있지 않나… 인적쇄신 내 일, 문제 있으면 정리” 韓,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도 거론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내 파인그라스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로 호가호위하고 김 여사랑 친분을 과시하며 직접 소통하는 걸 밖에 얘기하는 인사들이 많다.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누가 어떤 시기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구체적 근거를 달라.”(윤석열 대통령)
22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회동에서 이런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韓 “호가호위 인사 정리” 尹 “인적 쇄신은 내 일”
한 대표는 특히 최소 3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잘라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강기훈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선임행정관은 6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했다가 적발됐지만 40여 일간 대통령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 기간 출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강 선임행정관은 인사처로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고 최근 법원에서 벌금 8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강 선임행정관은 징계 중”이라며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당장 내보낼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실 조직이라는 게 행정부 공무원들만 있는 게 아니고 의원들 추천으로 정치권에서 유입이 된 사례가 많고 그중 한 명”이라며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고 한다.
● 한동훈, 공기업 인사 문제도 거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도 언급했다. 강훈 전 비서관과 김오진 전 대통령관리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공기관 “낙하산 임명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비서관과 김 전 비서관은 각각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원년 참모인 강 전 비서관은 이른바 ‘김건희 라인’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다. 김 전 비서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여당 관계자는 “관저 이전과 관련해 김 여사와 관련 있는 업체들이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을 사고 있는데, 김 전 비서관을 임명해 잡음을 키워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과 관저 주변에서 김 여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인사들을 그대로 두면 김 여사의 정치 개입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